E&M 영업익 125.8% 늘었지만 기대치 크게 밑돌아…CGV는 해외사업 성과로 장기호재 가능성 솔솔

CJ그룹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주력 계열사인 CJ E&M과 CJ CGV가 공히 실적을 발표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CJ E&M과 CJ CGV가 공히 수익의 양을 늘렸다. CJ E&M의 영업익은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정작 속 내용을 뜯어보면 더 크게 ‘웃는 자’는 CJ CGV다. 방송 덕에 성장 가도를 달리던 CJ E&M은 또 영화에 발목이 잡혔다. 국내 시장 정체 탓에 고민 가득했던 CJ CGV는 해외사업 덕을 톡톡히 봤다. 이런 속사정이 읽혀서인지 주식시장에서도 두 CJ 계열사 간 희비가 확연히 갈렸다.

9일 각사와 금융당국 공시에 따르면 CJ E&M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501억 원, 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해보다 매출액은 13.8% 늘었고 영업이익은 125.8%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CJ CGV는 1조7144억원의 매출액과 86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매출이 19.7% 늘어나는 동안 영업익은 22.6%나 증가했다.

수익이 급증한 CJ E&M이 활짝 웃어야 할 상황 같지만 사정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실적발표 직전까지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CJ E&M 영업이익 예상치를 900억원까지 내다봤었다. 35억원으로 나타난 4분기 영업이익이 그만큼 시장에 ‘어닝쇼크’를 줬다는 뜻이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237억원)를 85.4%나 하회하는 수준”이라면서 “영화 부문의 영업적자 76억원 등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과 함께 음악 재고자산의 평가손실 25억원, 특별상여 등 일회성 요인이 혼재돼있다”고 설명했다. ‘남한산성’과 ‘침묵’의 연이은 손익분기점(BEP) 미달이 뼈아픈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4분기 어닝쇼크 영향으로 지난해 CJ E&M 영화부문은 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공연부문도 14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 탓에 방송(618억원)과 음악(118억원)서 발생한 수익이 상쇄됐다. CJ E&M이 2011년(755억원) 이후 최대치의 실적을 냈음에도 미소를 짓지 못하는 이유다. 9일 오후 2시 현재 주가는 하루 만에 3.88% 내린 8만6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간 CJ CGV 주가는 전날보다 8.6%나 급등한 7만5800원에 거래 중이다. 실적 호조가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CJ CGV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262억원)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 수준이다. 덕분에 연간 성적표도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CJ CGV 4분기 실적을 두고 “특급 마무리”라며 목표 주가를 높여 잡았다.

4분기에는 박스오피스 활황으로 국내 사업이 실적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범위를 한해로 넓혀보면 더 도드라진 상승곡선을 그린 건 주력 해외시장(중국‧터키)이다. CJ CGV의 지난해 해외 관객 수는 사상 처음 국내 관객 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서는 1년 간 영업이익이 76.6%나 늘었다. 터키 사업은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국내사업 영업이익(439억원) 바로 뒤에 제 자리를 구축했다. 베트남서 영업익이 감소했지만 대신 출점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린 터라 향후 호재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자회사 CJ 4D플렉스가 내놓은 특별관 4DX가 57개국에 진출해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해외 매출 비중은 46%까지 올라왔다. 2014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30% 가까이 증가했다. 그간 해마다 10% 안팎씩 이 수치가 상승해왔다는 걸 고려하면 올해는 해외와 국내 매출 비중이 뒤바뀔 공산이 크다. 개별 콘텐츠에 비해 영화관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내기 유리하다는 점도 대형 호재로 꼽힌다. 실제 CJ CGV 터키에서는 늘어난 매점‧광고 매출이 영업익에 기여했다.

김아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조사연구팀 연구원은 “한류가 이미 대중문화 콘텐츠 범위를 넘어서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돼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관이 상당한 이점을 갖고 있다”면서 “과거 국내서도 멀티플렉스 시대로 바뀐 후 관객들의 관람문화가 바뀌지 않았나. 성장 중인 시장서도 이와 같은 문화를 이끌어내는 데 영화관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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