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에만 해외에서 3447억원대 손실 발생…매각 작업 장기 표류 가능성

3000억원대에 육박하는 해외손실이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을 좌절시켰다. 사진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 / 사진= 연합뉴스
3000억원대에 육박하는 해외손실이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을 좌절시켰다. 재차 매각이 진행돼도 해외부실에 대한 우려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4분기 순손실 1474억원을 기록한데는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이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9월 착공했으며, 도급액만 1조9819억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오는 7월 완공 예정이지만 고압급수가열기 튜브 손상으로 인한 기자재 재제작 등으로 회사에 3084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그밖에 카타르 고속도로 프로젝트 등에서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하면서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해외에서만 3347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지분 50.75% 매입대금으로 산은 측에 제시한 인수금액 1조6000억원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호반건설 측은 이같은 손실규모에 부담을 느껴 인수철회 의사를 밝혔다.

입찰 과정의 예비실사 과정에서 포착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한 점이 호반건설에 충격을 안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 인수합병(M&A) 관계자는 해외사업 우발 손실을 거론하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고,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 잠재된 해외손실 가능성…매각작업의 숨은 변수

산은 측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8일 아침까지만 해도 “호반건설이 매각중단 의사를 전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와중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포기’라는 결정타를 날렸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재입찰 공고와 관련해서도 산은은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산은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KDB밸류 제6호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펀드 만기일이 내년 7월까지지만 매각작업이 통상 6개월 이상 진행되는 만큼 늦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다시 매각일정을 공고해야 한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급격한 입장선회에 따른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 내부검토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지분매각의) 재입찰을 위한 매각공고와 관련해 사모펀드(PE)실과 얘기를 해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재차 매각에 나선다고 해도 해외사업 손실이 숨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올 연말까지 완공이 계획된 해외현장은 총 3곳이다. 이들중 한곳이 이번 대규모 손실의 장본인인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이다. 통상적으로 해외 현장은 완공일이 가까워질수록 손실반영 가능성이 커진다. 공사 마무리 단계에 사업 전반을 점검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실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내년  완공이 계획된 2곳의 현장에서도 완공일이 가까워질수록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카타르 고속도로에서 지난해 대규모 추가 비용이 발생한 가운데, 여타 손실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원가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 공기지연에 따른 추가 공사비 발생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실질 완공시점까지 지체상금을 포함한 추가 공사비가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