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브랜드명이 최고의 부품으로 인식…‘비순정품’은 불량 부품으로 오인 낳게 돼

자동차 부품은 다양하다. 종류도 워낙 많지만 제작 단계에서 사용하는 부품이 있는 반면, 수리용으로 사용되거나 심지어 대체품이나 리사이클링을 거쳐 재활용된 부품 등 부류에 따라 다시 나뉜다.

문제는 노후화된 자동차에 새로운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100만원 짜리 자동차 가격에 200만원 상당의 단순 자동차 부품을 교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분명한 낭비다.

신제품과 비교해 품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경우 가격이 저렴한 공식 인증된 부품을 사용하면 당연히 당사자에게 이득이다. 부품 재활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대체품으로 접촉 사고시 많이 교체하는 부품의 경우, 메이커 등 디자인 등록 등을 완화시켜 중소기업에서 생산된 저렴하면서도 인증된 대체품을 생산해 많이 사용한다.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득과 함께 리사이클링 측면에서 다양한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선진 시장인 미국이나 유럽은 대체품을 자동차 사고 이후 수리부품으로 전체 부품 대비 약 30~40% 정도를 사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4년 전 관련 대체부품을 사용하기 위해 입법이 통과됐으나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 개점 휴업상태다. 소비자가 보험 사고 처리시 신품만을 고집하거나, 완성차 메이커 및 수입사 등에서 디자인 등록으로 중소기업에서 같은 부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대체품을 검증할 수 있는 인증 시험 기준 마련도 부족한 부분도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간의 금전적 인센티브가 적다고 판단해 사용을 꺼려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보험 처리 시 발생하는 비용을 자신의 돈이 아니라고 판단해 무작정 사용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탓도 있다. 하지만 결국 모든 보험가입자가 나눠 부담하는 것인 만큼, 자신의 금전적인 손실도 포함된다고 보는 게 옳다.

이처럼 법적으로 미흡한 부분과 완성차 메이커 등의 인식 전환은 물론, 소비자의 인식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한 가지 자동차 부품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신품을 제외하고 모든 자자동차 부품이 B품이라는 인식이 머리 속에 각인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기류를 만들어 낸 대표적인 게 바로 ‘순정품’이라는 명칭이다. 굳이 순정품을 정의하자면 제작 단계에서 양산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언급하는 회사의 브랜드명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명칭 자체가 유일하게 순수한 정품의 의미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도 않는 명칭이다.

양산차에 장착되는 부품은 최고의 부품도 아니고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만든 부품을 말한다. 얼마든지 비용을 수반하면 더욱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으나, 완성차 제작 과정에서 경제적인 논리로 탄생한 괜찮은 부품으로 보면 된다. 즉, 최고의 부품이 아닌 A~B급 정도라고 판단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 더욱 좋은 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 대기업 뿐만 아니라,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 제품이 최고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순정품’이라는 브랜드명을 일상적으로 최고의 부품으로 판단하고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순정품이라는 명칭이 각종 언론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사용되다보니 상대적인 명칭인 ‘비순정품’은 나쁜 부품으로 인식하는 이분법적 세뇌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대체품의 경우도 법과 제도적으로 구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아예 외면하고 사용하지 않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순정품’의 명칭도 일반적으로 ‘OEM부품’이나 ‘정품’ 또는 ‘규격품’ 등 다양한 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회사의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약 10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순정품’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진행하다가 소송 등으로 흐지부지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최근 문제는 더 커졌다. 앞서 언급한 대체품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국토교통부에서 자동차 튜닝 관련법을 제정하면서 법적인 명칭으로 ‘순정품’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오류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국토부가 대체품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순정품 명칭을 여과 없이 법적으로 사용하는 이율배반적인 웃지 못할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대표적인 지상파 공영방송 뉴스에서 앵커가 자동차 부품을 거론하면서 ‘순정품’ 명칭을 여과 없이 사용해 최고의 부품이라는 뉘앙스를 주는 문제까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말아야 할 명칭이 모든 곳에 스며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순정품’이라는 명칭이 해당 회사의 브랜드명인 만큼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명칭이 다른 좋은 명칭도 있음에도 불구하도 잘못된 정보를 계속 확산시키면서 잘못된 세뇌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굳이 ‘순정품’ 명칭을 법적으로 사용하려면 ‘초순정품’, ‘순정품’, ‘정품’, ‘대체품’, ‘재활용품’ 등의 인증부품을 단계적으로 구분해 사용하는 편법도 고려할 만 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동차 부품은 종류가 다양하다. 최고급 부품에서부터 인증된 대체품은 물론이고 재활용 부품, 재제조품, 중고부품 등 다양한 부류가 존재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다양한 종류의 부품을 인증해 시장에 내보내고, 소비자는 자신의 차량에 맞는 부품을 선택해 장착하고 그 만큼의 인센티브를 받는 시스템이 안착돼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예 ‘순정품’이라는 부품만 존재하고 다른 부류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왜곡 현상은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 발전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독일식 히든 챔피언인 강소기업 육성에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강소기업형 자동차 부품 기업 활성화는 대기업 중심의 완성차 메이커와 상생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진정한 선진국형 자동차 국가로 발전하는 토대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독일은 이런 다양한 중소형 강소 부품기업과 함께 대기업인 메이커가 상생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순정품’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부품명을 사용하여 다양한 부품군을 형성해 소비자가 선택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정부에서도 제대로 인지해 중소기업형 자동차 부품 활성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작금의 상황이 계속 방치된다면 ‘순정품’과 ‘비순정품’의 이분법적 기준만 남고, 부품도 두 가지만 존재하게 될 수도 있다. 당연히 ‘비순정품’은 사용하지 못하는 불량 부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도 그렇게 알고 세뇌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