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엇박자에 지자체별 정책 혼란…추가예산 배정도 쉽지 않아

정부 전기차 보급 정책은 실패했다. 올해 상황도 같다. 2014년 이후 전기차 보급 대수는 연평균 2.4배 늘었지만, 올해 정부는 2만대 보급을 목표했다. 지난해만 1만3826대 전기차가 보급됐다. 연평균 성장률을 단순 계상해도 목표는 3만3000대가 옳다.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단체 전기차 수요조사서 전기차 구매 수요는 5만대로 도출됐다. 정부는 2만대 목표를 확정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전기차 보급 목표를 3만대로 올렸다. 그나마 시장 성장률이 고려됐다. 기재부는 예산을 삭감했다. 전기차 구매 수요는 260% 늘었는데 보조금 예산은 22% 증가했다. 환경부는 대당 보조금을 줄이고 성능별 차등 지원을 결정했다. 예산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책이었다. 다만 ‘형평성 훼손’ 비판을 우려, 성능별 보조금 격차를 넓히지 못했다.

예정된 실패였다. 지난달 15일 현대차와 한국GM이 각각 코나 일렉트릭·아이오닉 일렉트릭 예약 판매와 볼트EV 사전 계약에 나섰다. 볼트EV 사전계약 서버는 당일 접속자 폭주로 다운됐다. 예약 판매와 사전계약 시행 5일 만에 예약자와 계약자 수가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 대수를 넘었다. 전기차 구매 고려로 얻은 예약·계약 번호는 이제 보조금 대란 입장권이 됐다.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일렉트릭 예약자, 볼트EV 계약자는 2만대분 보조금이 소진되기 전에 전기차를 사야 한다. 통상 '선착순'으로 이뤄졌던 전기차 국고보조금 신청 방식이 '출고 등록순'으로 됐지만, 어쨌든 2만명 안에 들어야 하니 선착순인 것은 같다. 사실 출고 등록순 보조금 집행은 전기차 출고 지연으로 발생한 보조금 집행률 하락을 막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실패는 계속되고 있다. 안일한 수요 예측과 부처 간 엇박자는 지자체별 엇박자로 번졌다. 환경부는 국비를 지자체에 하달, 지자체가 지방비를 포함해 보조금을 집행한다. 지자체가 사정에 맞게 보조금을 지원하라는 취지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지원 방식이 다르고, 혼란은 소비자 몫이다. 경기도 용인시는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을 별도 책정했고, 인천시는 하지 않았다.

전기차 환경부 인증 절차가 끝나기 전 진행됐던 구매 보조금 신청도 변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 대상 차량은 환경부 인증을 통과한 차량으로 한정된다. 현대차가 지난해 15일 예약 판매한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현재 보조금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등 인증이 끝나지 않아, 기다리는 일은 또, 오롯이 예약자의 몫이 됐다.

정부는 이제야 진화에 나섰다. 보조금이 조기 소진될 경우 추가 예산 확보에 나선다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을 찾아 “필요하면 (보조금 관련) 추가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행되지 않은 예산을 넘겨받아 쓰거나 다른 명목에 배분된 예산을 쓰는 수밖에 없어 실패를 되돌릴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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