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텔 예약업체 '환불불가' 조항, 시정권고 받아도 버젓이 '배짱영업'

글로벌 호텔예약사이트의 배짱 영업이 도를 넘어섰다.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 대표사업자인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4개 업체는 지난해 11월 우리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한 환불불가 조항이 시정돼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지만, 일부 업체는 현재까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시정권고가 아무런 힘이 없는 탓이다.

시정권고는 시정명령보다 한 단계 아래의 격으로, 말 그대로 시정방안을 정해 이에 따를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만약 위반행위를 저지른 업체가 시정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추가제재로 시정명령을 내린다. 이 때 공정위는 해당 업체가 시스템변경 등을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60일)를 준다. 만약 시정명령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검찰고발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다.

문제는 그 사이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정권고가 내려진 한 업체는 공정위 시정권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환불불가’ 특가상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이 특가상품은 실제 투숙까지 1년 가까이 남아 있어도 특가라는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행위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달 기자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글로벌 호텔 예약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지 알 수 있었다. 당시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제보자의 목소리는 분노 그 자체였다. “인터넷 오류로 두 번 결제됐는데 환불 안 해 준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결제순간 인터넷이 갑자기 끊겼는데 그걸 증명하라는데 다시 전화해도 연결도 안 되고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A업체의 이런 기만행위는 해외여행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매우 유명하다.

더욱 큰 문제는 지난해 시정권고가 내려진지 세 달이 다 되어 가지만 공정위의 추가 제재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 카페 등에서 A의 업체의 환불 피해 사례가 홍수처럼 넘쳐나고 있지만 공정위 조사관들은 마치 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것 같다. 

지난해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검찰고발을 당했지만, 태연함을 넘어 천연덕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보고 있으면 우리 공정위에 대한 애잔함마저 밀려온다. ‘재벌개혁’, ‘갑질타파’도 좋다. 지난 10년간의 적폐를 반드시 청산하겠다는 기치도 좋다. 그러나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이룬다’는 이소성대(以小成大)의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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