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증언 배제 지적…“36억 뇌물공여도 집행유예 안 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30일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 소속 검사들과 영화 '1급기밀'을 관람했다. / 사진=뉴스1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공식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항소심 판결은 법리상으로나 상식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판결”이라며 “반드시 시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재판부가)증거능력과 증거가치를 인정해 판결에 반영해 온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무시했다”면서 “(그러나) 수첩에는 이재용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 등 승계 관련 청탁 내용, 최순실 승마 관련 전달상황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그 정확도는 다른 사건에서 검증된 바 있다. 틀린 것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나아가 안종범의 증언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면서 “항소심 판결문은 이재용 무죄 선고의 장애가 될 만한 부분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등 판례와 상식에 반하는 논리를 동원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백번 양보해 (뇌물공여액) 36억원만으로도 절대 집행유예가 나올 사건이 아니다”면서 “장시호가 2년 실형, 차은택이 21억원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장시호·차은택보다 이재용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책임이 더 가벼운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순실의 1심 선고가 오는 13일로 임박했는데 이재용 뇌물수수와 관련된 판결로서 이재용 뇌물공여 범죄사실이 포함된 동전의 양면”이라며 “최순실에 대해 뇌물수수 부분이 정상적으로 유죄 판결이 나면 양면인 공여자 측 이재용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명백히 잘못이란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지난 5일 뇌물공여 36억여원, 그에 대응하는 횡령, 국회 위증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재용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이자 삼성전자의 부회장으로서 이사건 범행을 결정하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지시하는 등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다”면서도 “피고인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보이고, 이러한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으며 업무상 횡령 범행의 피해를 회복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이 회장은 이 판결로 즉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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