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서며 전방위 조사 나서…이중근 부영회장 구속으로 불안감 더 커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시다발적으로 건설업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이들 권력기관이 일제히 칼을 빼들고 나서고 있어 건설업계는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으로 조사관을 보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이에 대해 “정기 세무조사의 일환으로 2012~2016년 회계자료를 국세청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조사 4국이 이번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청 조사 4국은 국세청장의 지시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하며 국세청의 ‘중앙수사부’로 불린다. 그만큼 이번 세무조사가 민감한 사안을 포착한 조사 4국이 행동에 나선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도곡동 땅을 매개로 포스코건설이 지난 정부와 연이 있는 만큼 조사 4국이 포스코건설의 주장과 달리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갔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최근 포스코건설은 지난 1995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도곡동 땅’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사 1, 2국에 업무가 많이 몰리면 조사 4국이 정기 세무조사의 백업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면서도 “KT, 포스코건설은 민간기업이지만 순수 민간기업과는 다른 애매한 위치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세청, 공정위, 검찰이 조사에 들어가는 수순을 보였다. 이번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도 정기 세무조사라 하기엔 타 회사랑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이후 실시된 정기적 세무조사”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경찰 역시 건설업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호산업,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이 줄줄이 재건축·공사수주 과정의 비리 관련 사안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해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과열경쟁이 이뤄진 만큼 주요 10대 건설사 모두 수사 물망에 올랐다는 불안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중근 부영 회장이 7일 아침 구속되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압수수색을 받은 건설사 관계자는 “경찰이 조사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압수수색 전 해당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와중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경찰이 건설사에 대한 수사의 고삐를 죌 가능성에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건설업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건에 대한 조사 결과가 올해 내 발표될 전망이다. 종합 건설사인 대형 건설사는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수주할때 원청 업체가 되며 필요시 공종에 따라 공사를 전문 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이 과정에서 원청 업체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선다.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재하도급을 주는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지급보증이 이뤄진다. 최근 원청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하도급 업체의 지급보증 불이행건까지 대형 건설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건설업계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건설업계가 공정위의 눈치를 살피는 데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과 별개로 지배구조 개선 건도 있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취임 이후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은 순환출자 해소 등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효성 역시 건설 부문을 중공업과 합치는 내용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올해 초 공시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위 수장이 된 이래 문제가 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같은 개편안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한 각 부처, 사정당국의 조사가 진행된다”며 “새 정부 들어 건설업계가 더욱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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