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해산물 명가로 자리잡은 서초동 맛집’…코끼리조개부터 하모까지 계절별 제철 해산물 만날 수 있는 곳

촬영=조영훈 기자, 편집=김률희 PD
서초동 맛집 ‘맛기행 사계절’. / 사진=조영훈 기자


새조개 샤브샤브를 처음 접한 것은 대략 15년도 훨씬 전이다. 해산물에 관심이 많고 이 분야에 미식가라고 자부했지만 ‘새조개를 샤브샤브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바로 노량진 순천집(구 순천식당)이었다.

 

주로 여의도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으니 택시 기본요금 거리인 노량진 순천식당을 자주 찾았다. 홍탁 삼합과 낙지요리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었다. 명동으로 근무처를 옮긴 이후 새조개가 생각나면 직접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3kg 어치를 사다가 집에서 직접 가족과 함께 끓여먹는 재미도 솔솔했다. 우리 가족에겐 한겨울이 왔음을 알려주는 전령이 새조개 샤브샤브다.

 

조개 껍질을 까 놓은 발이 상당히 길고 모양이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 해서 새조개로 불린다. / 사진=조영훈 기자


◇ 제철 맞은 새조개 여수 직송으로 선보여…손놀림 빠른 셰프가 부인과 함께 3년 만에 ‘맛집’ 입소문


지난 주 한 지인이 꼭 이 곳에 함께 가자고 연락이 와서 찾은 곳이 ‘맛기행 사계절’. 서초동 법원 앞 골목 외진 곳이지만 테이블을 가득 채운 미식가들을 보면서 이 곳이 강남의 핫플레이스라고 직감했다. 꼼꼼한 취재를 위해 일요일 저녁에 예약을 하고 아내와 함께 이 집을 다시 찾았다.

 

주인장 육창성(45) 셰프는 첫 인상부터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분이라는 신뢰를 안겨줬다. 원래 일요일에는 문을 닫았지만 손님들의 요구가 빗발쳐 오후 5시부터 부부가 나와 손님을 맞는다고 했다. 주문 받으랴 밑반찬 내랴 메인 요리 준비하랴 바쁜 사장님과 틈날 때마다 대화를 나눴다. 고향이 전주라는 육 셰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식 자격증을 따고 조리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3년 전에는 계절음식으로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결정하고 ‘맛기행 사계절’을 열었단다.

 

이 집의 성공비결은 ‘좋은 원재료를 산지에서 직접 조달한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 아닌가 싶다. 육 셰프는 “요즘 남당리 새조개 축제 때문에 물량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며 “우리는 여수에서 직접 물차로 공급받기 때문에 그나마 손님들에게 새조개를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은 완도 분이라고 한다. 산지 직송을 받을 수 있는게 그 덕분인 듯 싶다.

 

샤브샤브 맛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덜 자란 포항초 시금치와 함께 새조개 특유의 맛이 입 속으로 맴돈다. / 사진=조영훈 기자


순천집과 이집의 차이는 새조개 샤브샤브와 곁들이는 야채. 순천집은 배추를 메인 야채로 사용하지만 이집은 포항산 시금치를 주로 사용한다. 사실 새조개의 참맛을 위해서는 인위적이지 않은 단맛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배추나 시금치는 고소하면서도 신선한 단맛을 내는 재료다. 두 집 모두 육수에 양파를 듬뿍 넣는 것도 이 때문으로 짐작된다.

 

손질된 새조개가 나오길 기다리며 맛 본 기본 반찬은 모두 정갈하다. 물김치 분위기가 나는 열무김치와 파김치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한다. 고흥에서 직접 반건조로 가져와 만든 가자미찜은 안주로도 손색없다. 1인당 피조개 1마리를 기본 반찬으로 내놓는데 미리 삶아놓다보니 살짝 데쳐먹을 때 비치는 피 느낌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게 옥의 티. 다진 미역을 양파와 함께 새꼼하게 무친 해초샐러드도 일품이다. 신음식을 싫어하지만 강한 신맛이 입맛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살아있는 쭈꾸미와 곁들이면 제맛​…순한 맛으로 발길 이끄는 점심 메뉴 ‘짱뚱어탕’도 별미​


육 셰프가 새조개 손질하는 모습을 직접 동영상으로 찍었다. 새조개 달인답게 조개 껍질을 까내고 불순물을 확인한 다음 내장과 뻘을 걷어내는 손놀림이 ‘장인’ 수준이다. 샤브샤브를 위해 접시에 담아놓은 새조개는 정갈하면서도 윤기가 흐른다. 샤브샤브 맛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덜 자란 포항초 시금치와 함께 새조개 특유의 맛이 입 속으로 맴돈다.

 

마침 동해안이 원산지인 자연산 ‘골뱅이 무침’ 주문이 들어오자 바로 삶아낸 골뱅이에 직접 만든 초고추장과 야채, 고춧가루 등 이 집의 비법 재료를 담은 골뱅이 무침이 뚝딱 몇 분만에 완성됐다. 입안에 군침이 돈다. 제철인 쭈꾸미를 샤브샤브에 추가해 드시는 고객이 의외로 많다. 같이 간 집사람이 “지금까지 먹어본 쭈꾸미 중에서 제일 신선하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샤브샤브를 먹은 후 수제 칼국수를 매생이와 함께 남은 육수에 끓여 먹으면 식사 끝.

 

점심 메뉴 짱뚱어탕은 짱뚱어와 함께 제철에 살코기로 발라놓은 하모를 곁들여 추어탕처럼 갈아서 만든다고 한다. 된장으로 맛을 내고 시래기를 더한 짱뚱어탕은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하모 철에 다시 찾기로 약속을 하고 육 셰프와 헤어지면서 오랜만에 제대로된 미식기행을 했다고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소회를 나눴다.  ​ 

 

순천집은 배추를 메인 야채로 사용하지만 이집은 포항산 시금치를 주로 사용한다. / 사진=조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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