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이어진 남당항 ‘새조개 축제’ 인산인해…한파로 조업량 줄어 물량 구하기 전쟁

조개 껍질을 까 놓은 발이 상당히 길고 모양이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 해서 ‘새조개’로 불린다. / 사진=조영훈 기자


대한민국처럼 먹거리가 다양한 나라도 드물다. 사계절이 뚜렷한 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보니 그 어느 나라보다 먹거리가 풍성하다. 각종 해산물을 비롯해 어류, 육류까지 식도락을 자극하는 먹거리가 달마다 입맛을 자극한다.


올해는 시베리아보다 추운 날씨 탓에 이변이 생겼지만 절기 상 입춘을 넘긴 지금 미식가를 유혹하는 ‘새조개’가 제 맛을 뽐내는 계절이다. 새조개의 계절을 대표하는 충남 홍성 남당항은 지난 1월 26일부터 시작된 ‘새조개 축제’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사실 홍성 남당항은 대하 축제의 고향이다. 홍성군은 지난 1996년 왕새우 살이 토실토실 오르는 9월에 대하축제를 시작해 벌써 20년을 넘게 이어왔다. 대하축제에 자신감을 얻은 홍성군은 2004년부터 남당리 새조개축제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매년 이 행사를 키워왔다.


올해는 새조개 몸 값이 금 값이다. 기록적인 한파로 조업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작황마저 감소했다. 새조개의 맛을 알게 된 식도락이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량이 줄어들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전국 각지의 새조개 식당 주인들은 물량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지경이라고 한다.

 

새조개는 ‘담백하면서도 때로는 고소하고 살짝 데친 맛은 낙지나 쭈꾸미보다 부드럽고 때로는 달콤한 느낌’을 갖고 있다. / 사진=조영훈 기자


새조개는 조개 중에도 귀족에 속하는 귀한 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타이완 등에서만 자라는 전형적인 갯벌 조개다. 경남에서는 갈매기조개, 여수는 도리가이, 해남은 새꼬막, 일본에서는 토리가이로 불린다. 한국해양무척추동물도감에서는 새조개를 백합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백합은 조개의 제왕이다. 국물을 가장 잘 내는 백합의 가족이라는 점에서 새조개의 진가가 그대로 드러난다.


조개 껍질을 까 놓은 발이 상당히 길고 모양이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 해서 새조개로 불린다. 조선 말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생물학자인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큰 것은 지름이 4~5치에 달하고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있어 참새가 변한 것 아닐까’라고 적고 있다.


주요 백과사전에서는 새조개의 맛이 닭고기와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 평가는 ‘새조개’의 진미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새조개는 ‘담백하면서도 때로는 고소하고 살짝 데친 맛은 낙지나 쭈꾸미보다 부드럽고 때로는 달콤한 느낌’을 갖고 있다.


새조개는 각종 영양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특성 영양소가 부족하기 쉬운 겨울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주요 영양성분을 보면 단백질을 비롯해 B1, B2, B6, C, E등 여러 종류의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은 낮은 대신 몸에 좋은 성분은 더 많기 때문이다. 새조개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 샤브샤브부터 무침, 전까지 조리법도 다양해…단백질·다양한 비타민 함유한 ‘다이어트 식’으로 인기

 

요즘은 남당리 새조개축제위원회가 온라인 쇼핑을 통해 손질한 조개와 기본적인 야채, 초고추장 등을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양껏 푸짐하게 새조개를 즐기고 싶다면 노량진과 가락동 수산시장 소매시장에서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새조개를 구매할 수 있다. 새조개 손질도 직접 해준다.


집에서 새조개를 손질하는 법도 간단하다. 먼저 껍질을 벗겨낸 새조개에 조개 파편이 없는 지 잘 살핀 후 부리 모양 밑으로 내장부분을 절제해 내장과 뻘을 제거하면 된다. 흐르는 맑은 물에 손질된 새조개를 잘 씻어낸 후 위생 타올로 물기를 닦아내면 된다.

 

샤브샤브용으로 손질해 그릇에 담겨진 새조개. / 사진=조영훈 기자


새조개의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약간 싱거운 정도로 육수를 미리 만들어 놓는다. 그 다음 무와 양파, 대파, (청양) 고추 등을 입맛에 맞게 넣어 기본 육수를 만든 후 새조개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시금치나 배추, 쪽파, 깻잎 등을 입맛에 맞게 넣어 적당히 끓인다. 손질한 새조개는 30초에서 1분 정도 육수에 데친 후 건져서 야채와 함께 먹으면 된다. 

 

이때 샤브샤브 소스로는 초고추장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와사비를 곁들여 식초와 설탕 등을 가미한 소스간장에 찍어먹어도 별미다. 각자 집안 내력이 있는 양념장을 만들어먹는 것도 방법이다.


미리 삶은 새조개에 깻잎과 양파를 작게 잘라 넣고 고추장과 설탕, 물엿, 다진 마늘 등으로 버무린 새조개 무침도 술안주로 최고다. 냉동 새조개를 사용할 경우에는 해동 후 물기를 잘 제거한 다음 달걀 노른자에 담근 후 밀가루 옷을 입혀 새조개전을 만들어먹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조개류와 마찬가지로 손질한 새조개를 넣고 요즘 제철인 봄나물과 함께 된장국을 끓여내면 이 또한 한끼 식사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올해는 새조개 작황이 좋지 않아 남당리 축제(2월 11일까지)가 끝난 2월 중순 이후가 오히려 살집이 토실토실해진 씨알 굵은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귀띰이다. 3월 이후에는 산란기에 접어들어 그 맛이 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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