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콩가루인절미…“진짜 떡집에서 파는 그 맛”

촬영·편집=김률희 PD

찹쌀 두 되를 찧고 곱게 곱게 쳐서 콩가루에 굴린 것. 박경리 작가가 설명한 인절미다. 자고로 인절미는 곱게 굴린 콩가루가 떨어지거나 말거나 엄지와 검지로 몸통을 콱 집어 터프하게 뚝뚝 베어먹어야 맛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땐 콩가루의 고소한 맛을 마냥 텁텁하다고만 느꼈고, 물 많은 반죽 씹는 듯한 차진 식감의 찹쌀떡은 입안 이곳 저곳에 들러붙는 미련스러운 것이라고 깔봤다. 싫던 인절미를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 알 수 없는 언젠가부터 인절미를 보면 부진했던 식욕이 돋기도 한다. 일본의 유명한 인절미 과자인 훈와리메이진을 처음 먹은 날은 온 하루가 인절미였고.    

 

사진=김률희 영상기자
이토록 좋지만 얻기가 쉽지 않다. 서울에 있는 카페 개수는 2만여개. 편의점 개수는 1만여개. 치킨집은 8000여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70여개. 떡집은? 알 수 없다. 인절미를 먹기위해 떡집을 찾느니 근처 대형마트에 가는 편이 수월하다. 대형마트엔 없는 게 없어서 뭐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 다만 덩치가 큰 탓에 인절미 한 팩을 사자고 거대 매장 속을 헤집는다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나왔다. 편의점 인절미. 편의점에서 인절미 과자도 아닌 인절미를 판다. 떡집도 아닌 곳이 세븐일레븐인데 삼각김밥, 도시락과 함께 인절미가 판매되고 있었다. 1500원을 주고 냉큼 산다. 

 

포장 속 인절미를 보고 마음이 쿵 동요한다. 동글동글 말랑말랑 우리 모두가 원하는 그 인절미다. 지체없이 뜯었다. 포장의 절반만한 크기의 용기에 옅은 황토빛의 인절미 일곱알이 누워 있다. 마치 동글동글 말랑말랑 황토빛의 골든 리트리버 새끼 일곱마리가 누워있는 듯도 하다. 오동통 귀여운 인절미를 동봉된 포크로 푹 찌르자 저항하듯 도로 쏙 튕겨져 나온다. 복원력이 제법이다. 영상을 찍어주던 동료는 이 모습에 “우와아아” 감탄까지…. 

 

싱싱한 떡이라서 일까.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7일이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콩가루의 맛을 최장 일주일동안 보장해주겠단 것이다. 밤낮없이 기한없이 주야장천 내놓고 파는 음식이 아니라는 데에서도 호감이 간다.

 

먹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이거 그거’다. 떡집에서 사온 인절미다. 포장 다 제외하고 그릇에 내놓으면 동네 어귀로 접어들면 드물게 발견되는 떡집에서 사왔을법한 인절미 맛. 편의점 제품들은 이름과 실제가 따로인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인절미가 오직 인절미라 다행인 제품이다.

 

고소하고 달다. 중국산 대두 84.7%와 설탕 8% 등으로 이뤄진 콩가루는 찹쌀떡에 고루고루 묻고도 용기 바닥에 꽤 남는다. 어느 한 구석 굳은 곳 없이 온 군데가 다 폭신폭신 말랑말랑하다. 인절미를 사랑하는 모두가 사랑한다는 그 기분좋게 질척이는 식감, 그거다. 콩가루가 부족해 섭섭하지도 않았고, 떡이 주먹만 해 버겁지도 않았다. 한 입에 넣으면 딱 그 한 입 만큼 행복할 수 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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