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간 계약서 작성 안했더라도 실질적 금전소비대차 성격이면 증여 아냐"

사진=뉴스1
#지난해 해외 파견을 마친 김주영(가명‧35)씨는 귀국하면서 살집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3억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 매월 이자를 내면서 재정적 부담을 느낀 김 씨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더라도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여유자금이 있는 아버지에게 대출 잔액만큼 돈을 빌려 아파트 융자금을 모두 갚았다. 아버지에게 빌린 3억원은 몇 년에 걸쳐 나눠 갚기로 했다. 부녀간 약정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얼마 후 김 씨는 관할세무서로부터 증여세 추징 고지서를 송달받았다. 아버지에게 빌린 3억원이 증여에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자녀를 대신해 갚아준 주택 대출금을 증여로 봐야할까. 문제는 간단하다. 상환금이 차용금의 성격이면 증여에 해당하지 않고 무상으로 갚아줬다면 증여에 해당된다. 물론 차용금이라면 채무부담계약서를 작성하고 약정에 따른 이자 등을 변제해야 한다.

현행 세법은 직업, 연령, 소득, 재산 상태 등을 고려해 채무를 자력으로 상환(일부 상환을 포함)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상환자금을 채무자가 누군가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과세관청은 당시 대출 금리로는 김 씨가 매년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안된다고 판단했다. 당초 아버지가 준 돈이 없었다면 김 씨가 아파트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아파트는 부부의 공동명의 재산이다. 더군다나 나는 이미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대출금 상환 능력은 충분하다. 아버지 빌린 금액도 조금씩 갚고 있었다. 채무부담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은 세법에 대한 무지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녀간 금전거래 시 사후에 작성하는 계약서의 경우 인정받기 쉽지는 않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형식보다 실질에 무게를 뒀다. 김 씨와 아버지의 거래가 정상적인 금전소비대차 거래로 본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아파트 취득시 딸 채무가 대출중도상환이 완료된 후에도 여전히 동일하게 존재하고 있다”면서 “가족 간에 이자를 정하지 아니하거나 약정서가 없는 금전거래라고 하더라도 차용과 상환이 실제 이루어졌다면 금전소비대차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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