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X 판매 전망치 어두워·페이스북, 이용자수 감소 등 성장세 의구심…MS는 세제개편 일회성 이슈로 상황 나아질 듯

애플이 사상 최대치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안팎의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 사진=AP통신

파안대소(破顔大笑)할만한 상황인데 막상 그러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IT(정보기술) 선두그룹인 애플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얘기다. 공히 좋은 성적표를 공개했지만 경고등이 깜빡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사실상 길게 두고 해결해야할 문제라 더 상황이 안 좋다. 그나마 MS는 다음 분기부터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그간의 공언대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1일(현지시간) 애플은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4분기(애플 회계기준 2018년 1분기) 매출액이 882억9000만 달러(약 95조2472억원)라고 밝혔다. 직전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가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200억7000만달러(약 21조6515억원)에 달해 역시 12%가 증가했다. 모두 분기기준 사상 최고치다.

논란거리는 됐지만 고가 전략이 먹혔다는 게 시장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4분기 아이폰 판매대수는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1% 줄어든 7730만대에 그쳤다.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과 아이폰8, 8+를 동시에 내놨지만 정작 영업이 부진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아이폰X이 1000달러에 육박하는 등 고가인 터라 평균판매단가(ASP)가 15%나 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순이익이 증가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닐 모스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디렉터는 “애플은 아이폰X의 탄탄한 수요 덕분에 800달러에 육박하는 아이폰 평균판매단가(ASP)를 기록했다”면서 “다만 아이폰 출하 대수는 전년 동기(7830만대)와 비교해 다소 줄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컨벤션 효과’가 끝났기 때문이다. 애플은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로 600~620억달러를 제시했다. 시장 기대치를 최대 50억달러 밑도는 수치다. 이는 곧 애플 내부서 아이폰X 판매전망치를 밝지 않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가 읽혀서인지 애플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 대수가 사상 처음 15억대를 넘겼지만 성장률이 1%에 그친 점도 애플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지표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 사진=셔터스톡

페이스북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129억7000만달러라고 밝혔다.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74억달러로 61%가 늘었다. 월간 이용자수도 14%가 늘어난 21억3000만명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페이스북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하락했다. 몇 가지 부정적 지표가 수면 위로 드러난 탓이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처음 북미권 사용자수가 줄어들었다. 또 마크 저커버스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는 “사용자가 페이스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일 5000만 시간씩 감소했다”는 소식도 알렸다. 향후 성장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페이스북이 추진하고 있는 뉴스피드 개편안이 되레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MS도 애플·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MS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289억달러(약 31조2264억원)라고 밝혔다. 이는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금액으로 시장 예상치(284억달러)도 소폭 웃도는 수치다.

동력은 ‘클라우드’에 있다.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애저(Azure)’의 매출은 98%가 늘었다. 덕분에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분야 매출이 78억달러에 달해 15%나 증가했다. 또 MS의 오랜 캐시카우 ‘오피스’ 등이 포함된 비즈니스 프로세스 분야에서도 90억달러 매출이 발생했다. 이는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수치다.

정작 MS는 이익이 아니라 손실을 냈다. 지난해 통과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Tax Cuts and Jobs Act) 탓에 일시불로 138억달러(약 14조9000억원)나 세금을 냈기 때문이다. 이 탓에 75억달러였던 MS 세전 순이익은 63억달러의 당기순손실로 탈바꿈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MS주가도 실적발표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MS가 처한 상황은 애플이나 페이스북과는 다르다. 당장은 큰 손해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세제개편 이슈가 MS에 불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해외서 번 돈을 국내로 가져올 때 14~15% 안팎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MS의 ‘15조원’은 송환세 명목인 셈이다. 다만 이는 일회성 세금이다. 대신 법인세가 기존 35%에서 21%로 대폭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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