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나 소셜미디어에서 보이는 ‘남친짤’, 팬과 스타 간 관계 변화 드러내

‘남친짤’이라는 단어를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다. 네이버 오픈사전에도 나와 있는 이 단어는 남자 연예인의 일상 사진에서 마치 ‘자신의 남자친구’인 것처럼 친밀감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남친짤’의 쓰임새가 가장 활발한 영역은 SNS 프로필이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SNS 계정의 사진이 ‘남친짤’로 바뀌면 ‘남자친구야?’라고 묻는 댓글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게 단적인 예다.

스타는 팬들과 미디어를 통해 가상적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개중에는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 소유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초기 아이돌 그룹의 포토카드나 팬시 용품이 팬들에게 불티나게 팔렸던 사실(지금도 ‘굿즈’를 통해 끊임없이 소비된다)을 떠올려보면 이런 관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스타의 이미지는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복제된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팬이 (‘굿즈’를 통해서건 ‘남친짤’을 활용해서건) 만지고 소유하는 행위 자체도 스타와 팬 사이 관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뭔가 빤딱빤딱한 스타들의 포토 엽서를 방에 쌓아두기 시작하면서 나는 마치 내 선망의 대상을 소유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의 열성적인 팬 활동은 이와 같은 물질적 대상(포토엽서) 소유와 맥이 닿아 있었다. 지금은 또 다르다. 오늘날 팬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건 미디어가 잉태하는 친밀감이다. 그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하지만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는 생성이 가능한 ‘가상의 친밀 관계’가 확실히 엿보인다. 그 가운데는 분명 SNS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SNS에서 이뤄지는 타임라인 공유는 매우 중요한 관찰대상이다. 역사적으로 시간(타임라인)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사적인 영역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SNS을 통해 사적 영역 바깥으로 나왔다. 스타는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하게 타임라인을 공유한다. 그런데 스타의 시간과 공간을 보다 손쉽게 접하게 된 개별적인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셀럽’의 사적인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는 심리를 품게 된다.

이런 상황은 셀럽과 나의 관계를 공적인 것에서 사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는 마치 매우 유사한 연인관계_혹은 유사한 지인관계로 느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SNS로 변모한 미디어 지형이 이런 심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동일한 시간을 소유하지 않았으나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친밀감 생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남친짤’이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작은 사진 안에 우리는 감정과 시간, 그리고 관계를 구겨 넣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것은 마치 물질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카톡 프로필의 ‘남친짤’은 실제로 우리가 소유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팬은 그것이 프로필 안에 가둬놓은 ‘나의 것’이라고 느낀다. 아이러니한 상황 같지만 그게 SNS 시대의 문법인 걸 어쩌랴.

그렇다고 팬들이 그 세계와 거리를 두지 않는 건 아니다. 팬들은 끊임없이 연예인과 거리두기를 지속하며 자신들을 성찰한다(물론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대상과 거리를 두는 행위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역시 ‘팬으로서의 숙명’이라면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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