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진화하는 ‘아이돌 굿즈’…엇갈린 소비자 시선
  • 김희준 인턴기자(heejun216@sisajournal-e.com)
  • 승인 2018.02.0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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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이돌 굿즈 산업 100억원↑…“실용성 있다” vs “합리적 소비문화 만들어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SM 코엑스 아티움 내부 전경.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관련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인 직장인 윤아무개씨(28)는 최근 30만원 가까이 썼다.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있는 화장품을 10만원 넘게, 콘서트 관련 응원 도구들에 또 5만원을 썼다. 윤씨는 “요새는 옷들도 이쁘게 나온다. 게다가 머리끈이나 헤어밴드같은 잡화류도 팔아서 안 살 수가 없다. 뭐 당장 필요한건 아니지만  사두면 언젠가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애기들한테도 좋은거고”라고 말했다. 


‘아이돌 굿즈’ 산업이 점차 커짐에 따라 관련 상품의 가짓수 역시 불어나고 있다. 과거 응원봉, 응원티셔츠에 머물렀던 굿즈는 최근 마스크팩, 헤어밴드, 안대로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팬들마저 이 같은 상황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아이돌 굿즈 산업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아이돌 굿즈와 초상 관련 상품 시장 규모는 약 750억원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굿즈 관련 매출이 2014년 약 290억원에서 2015년 약 58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을 미루어 봤을때, 관련 시장 규모 역시 더욱 빠르게 확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들은 커지는 굿즈 시장에 발맞춰 공식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열어 운영 중이다. SM은 2015년 삼성동 코엑스옆 6층규모의 SM 코엑스 아티움을 열었다. FNC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명동에 굿즈샵 ‘FNC와우’ 운영을 시작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제주도에 YG타운 개점을 앞둔 상태다.

판매되는 굿즈 품목 역시 다양화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선 앨범, 포스터, 엽서, 응원봉 등은 기본이고 머리끈, 핸드폰케이스, 가방, 파우치, 키링, 스카프 등 다이소 뺨치는 다양한 잡화들을 판매하고 있다. 10만원대에 달하는 점퍼는 물론 모자, 뱃지, 팔찌, 달력 등 인기상품들이 모두 품절된 상태였다.
 

방탄소년단 공식 온라인몰에는 품절된 굿즈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사진=방탄소년단 공식 온라인쇼핑몰 화면 캡쳐
다만 팬덤 사이에선 이같은 굿즈 다양화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들이 존재했다. 팬들은 공통적으로 실용적인 굿즈를 환영하면서도 지나친 품목 다양화와 굿즈의 높은 가격대에는 불만을 토로했다.

인기 아이돌 A의 4년차 팬이라는 이아무개씨(24)는 “어차피 사야 했던 생활용품, 예를들어 텀블러라든지 에코백, 공책 같은 품목이 굿즈로 판매되고 있다면 기분좋게 사는편이다. 어차피 필요했던 거니까”며 “이왕 쓸돈 응원하는 아이돌한테 쓰면 일석이조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마냥 기쁘게만 구매하는것은 아니다. 최근 아이돌들은 화장품 브랜드나 생활용품 브랜드와 협업해 이벤트성 제품들을 자주 내놓는다. ‘굳이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며 “팬들은 그 상품이 필요해서라기보단 함께 제공되는 사진이나 등신대 같은 사은품을 갖기 위해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팬들 역시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응원하는 아이돌을 위해 망설이면서도 결국 구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말처럼 최근 다양한 브랜드들은 아이돌 굿즈 마케팅으로 매출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니스프리 ‘화산송이 컬러클레이 마스크팩’제품은 워너원을 모델로 내세워 300% 매출 급등을 기록했다. 또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은 최근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2만5000원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해 3일만에 초도물량 3000개를 완판시킨 바 있다.


굿즈들은 아이돌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출시하는 족족 품절 대란을 이어가고 있지만 높은 가격은 팬들조차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실제로 한 연예기획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선 일부 굿즈들이 다소 이해가 어려운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10㎝도 되지않는 특정 아이돌 응원봉모양 열쇠고리를 1만원에, 아이돌 얼굴이 그려진 수면안대를 1만5000원에 살 수 있었다. 아이돌 이름이 새겨진 점퍼는 10만원대 후반에, 피규어 상품은 35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인기 아이돌 B의 7년차 팬이라는 김아무개씨(25)는 “굿즈는 전반적으로 시중에 팔리는 같은 용도 제품보다 비싸다. 비싼걸 알면서도 사게되고,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할 때는 박탈감을 넘어 좌절감까지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획사들의 굿즈 마케팅을 비난할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팬과 기획사 상호간에 바람직한 아이돌 굿즈 소비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팬덤과 아이돌, 기획사들 간의 관계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기획사는 어찌됐든 이윤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체다. 다양한 굿즈를 통해 최대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획사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 연구원은 “하지만 아이돌은 일반적인 상품과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팬덤은 아이돌을 미디어, 콘서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하지만 끝내 소유할 순 없다. 그렇기에 더욱 굿즈같은 관련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또 아이돌의 성공에 팬덤의 역할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것도 분명 사실이다. 팬덤, 아이돌, 기획사는 이렇게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덤 문화가 성장한만큼 기획사들도 변화하고 있다”며 “팬들은 합리적인 굿즈 소비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기획사 역시 팬덤을 단순한 수익창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팬덤과 공존하기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희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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