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점포 죽이겠다"며 '이용료 무료' 현수막…"상도의 어긴 것 응징" vs "대형 프랜차이즈의 갑질"
‘너 죽을 때까지 PC 이용료 무료’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PC방이 경쟁 PC방을 겨냥해 건 플래카드 문구다. 영업 경쟁을 하다보면 동종 업계간 종종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이렇게 과격한 문구의 현수막까지 걸며 갈등을 빚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가 있었다. 아주대 인근 지역은 지역 특성상 유동인구 중 학생의 비중이 높다. 자연히 이들을 타깃으로 한 PC방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로 인해 PC방 업주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더니 결국 분쟁으로 비화된 것이다.
한 쪽에선 상도의를 어긴 배신이라고 지적한다. 다른쪽에선 대형 프랜차이즈의 갑질이라고 반박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아주대 인근엔 10여곳의 PC방이 있다. 이중 아주로 도로변 빌딩들은 PC방 업체들로선 알짜배기 자리. 이곳에는 프랜차이즈 PC방 업체인 A PC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해 A PC방이 있던 빌딩에 지역기반 B PC방이 입점을 검토하면서 이른바 ‘아주대 PC방 사건’이 시작됐다.
A PC방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B PC방이 우리 건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동업 할 생각이 없었다. 그 PC방 주인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B PC방 사장의 부인이 ‘한 건물에 장사를 하는데 (출혈경쟁을 하는 것보다) 동업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계속 간곡하게 제안을 했고, 그래서 동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업 조건에 대해서는 “수익 배분은 50대 50 배분에서 B PC방 사장에게 관리비와 수익 10%를 더 주는 조건으로 합의를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업은 실행되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둘의 주장이 엇갈린다.
A 대표는 “계약서에 사인을 해서 보내면서 가게 매출, 운영비, 순이익 구조 등 동업에 필요한 자료를 B PC방 사장에게 전달했는데 B PC방 사장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은 채 연락을 끊어버렸다”며 “며칠 뒤 B PC방이 20시간 무료 쿠폰 제공, 1시간 500원, 라면 500원 이벤트를 한다는 현수막을 느닷없이 내걸어 배신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에게 “PC방 지분을 갖고 있던 한 점장은 뇌졸중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며 “타협은 없다. 끝까지 갈 것”이라고 분노감을 표출했다.
반면 B PC방 대표는 “지난해 10월~11월 즈음부터 계약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걸리는 게 있어 사인을 안했다”며 “일단 상대방이 너무 강압적인 분위기로 나왔고 주변 PC방 대표들도 내가 A프랜차이즈와 동업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지역 상권이 초토화된다’며 강하게 만류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연락을 끊어버렸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문자도 보내면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A PC방 측이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 PC방 대표는 또 “현수막에 허위사실을 적어 인신공격을 하고 살을 붙여 시민들을 선동하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법적 대응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PC방의 다툼에 주변 PC방들은 대체로 관망하는 분위기다. 일부는 출혈경쟁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걱정하기도 했다. 이 지역 C PC방 대표는 “이 지역 PC방 대부분은 두 PC방의 다툼에 어느 한 편을 들기보다는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다만 무료 요금 등을 내세워 사생결단식의 싸움을 하는 건 걱정이 된다. 지역 PC방 업계를 모두 죽이는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