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S홀딩스 뇌물 등 ‘자금 관리 리스트’ 작성자…이 의원 “공판 때 입장 말하겠다”

'뇌물·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한(뇌물) 등 1회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여러 군데서 활약하시는 것 같네요.”

법원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재판에서 이 의원의 전직 보좌관 김모씨를 에둘러 비판했다.

김씨는 20여명의 ‘자금 관리 리스트’를 작성한 장본인으로, 1조원대 금융 피라미드 회사 IDS홀딩스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는 1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사건은 기록복사와 관련해 검찰과 변호인이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 의원의 변호인은 “기록복사가 이번 주 초에 됐고 일부만 제출됐다”면서 “보좌관 김씨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도 검찰이 모두 제공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 다 봐야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다”면서 “일부만 제출된다면 법원에 신청해야 될 것 같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검찰은 “이 의원과 관련 없는 다른 사람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은 검찰이 제공해줄 의무가 없는 것 같다”면서 “기소된 부분만 제공하겠다”고 맞받아쳤다. 검찰은 김씨가 이 의원 사건의 주요 참고인으로 돼 있지만,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고 본인도 재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김씨가 여러 군데서 활약을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수의 사건에 연루돼 재판 또는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두고 ‘활약’이라는 표현을 써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례적인 재판부의 말에 방청석에 앉은 십여명의 기자들이 낮은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의원의 전직 보좌관 김씨는 검찰 수사의 핵심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김씨의 수첩을 입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20여명의 ‘자금 관리 리스트’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이 의원에 대한 수사도 이 수첩을 단초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았고, 자신의 수첩에 자금 흐름 내역을 꼼꼼하게 적어 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IDS홀딩스 브로커 유모씨에게서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아 그중 일부를 구은수 전 청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기소됐다. 김씨와 구 전 청장은 충북 옥천 출신이고, 유씨는 강원도 출신이지만 충북 괴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유씨는 구 전 청장의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김씨가 아니었으면 구 전 청장 등과 인연을 맺는 게 불가능 했을 것 같다”는 취지로 증언 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이 의원은 “공소사실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면서 “공판기일에 자세히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2014년 5월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남양주 시장에 출마하려던 공명식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으로부터 공천헌금 명목으로 5억5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부천시의원 출마를 희망하는 민모씨로부터 1억35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이 의원은 2015년 3월~2016년 4월 전기공사업체 대표 김모씨로부터 한국철도시설공단 및 인천국제공항공사 수주청탁 등과 함께 1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도 있다.

이밖에 기업인 등 17명에게 선거자금 및 정치후원금으로 합계 4억11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12일 오후 2시 한 차례 준비기일을 더 열어 증거와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매주 월요일 이 의원의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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