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은행서 22개 채용비리 혐의 드러나…배경·연줄로 이뤄진 범죄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영화 '친구'의 유명한 대사다. 사회 풍자로 많이 사용된다. 이 질문이 금융권을 휩쓸게 됐다. 금융권 채용비리가 터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고발한 은행은 5개다. 채용비리 관련 22개 혐의가 잡혔다. 특혜 채용 9건과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7건,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6건 등이다.

별도 관리 명단을 만들어 지원자에 대해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부여했고 유력인과 관련된 지원자가 1차 면접에서 최하위였음에도 전형 공고가 없는 글로벌 우대로 합격시키기까지 했다.

채용 시 전 사외이사 자녀와 최고경영진 조카 등 '빽' 있는 집안의 지원자 명단도 작성해 관리하면서 특혜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임원이 직접 자기의 자녀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국회의원 자녀를 채용하기 위해 합격 인원을 2배로 늘린 경우도 발견됐다.

하나같이 '아버지 인맥'이 작용한 사례로 쳐도 무방하다. 인맥 있으면 그 들어가기 어렵다는 은행에 취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돈도 빽도 능력'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 것 없이 태어나 공정하게 경쟁을 펼친 취업준비생들은 쓴 침을 다시 삼킬 뿐이다.

금감원은 이 은행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감원은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은행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 해임까지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이 당국에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에서 찍어 내리면 은행은 힘을 못 쓴다"고 말했다. '지원자 아무개를 잘 봐달라'는 전화 한 통이면 일사천리 채용진행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은행권을 당국과 정치권에 눈치 보는 일이 없도록 멀리 떨어뜨려 놔야 한다고 말했다.

채용비리는 배경과 연줄로 이뤄진 범죄다. 청탁한 사람도 청탁을 받은 기관도 모두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데 채용비리는 그 기초를 흔든다. 아버지 빽 없고 연줄 없는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는 일이다. 더 이상 채용에 아버지 직업을 묻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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