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3년만에 LG생건에 1위 내줘…화장품 외 사업다각화에 승부 갈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왼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오른쪽).

국내 화장품업계 1위를 지켜오던 아모레퍼시픽이 3년만에 LG생활건강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라는 악재를 똑같이 겪었지만 LG생건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익이 30% 이상 떨어지며 쓴맛을 봐야 했다.​

2위로 내려앉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6조291억원, 영업이익 73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0%, 32% 떨어진 수치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 영향으로 주요 뷰티 계열사​의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매출과 영업익이 모두 감소했다.

반면 2014년 이후 줄곧 아모레퍼시픽에 1위를 내줘야 했던 LG생건은 ‘차석용(LG생건 부회장) 매직’​으로 지난해 매출 6조2705억원, 영업이익 9303억원, 당기순이익 6185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각각 2.9%, 5.6%, 6.8% 증가하며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기록했다. ​


양사의 실적 희비를 가른 것은 바로 화장품 의존도였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큰손이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지난해 3월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휘청이기 시작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90%가 화장품에서 발생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유커의 빈자리가 그대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와 반대로 LG생건은 화장품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생활용품, 음료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사드 피해를 빗겨갈 수 있었다. LG생건은 화장품 50%, 생활용품 30%, 음료(코카콜라·스프라이트 등) 20%로 사업이 한 분야에 치중돼있지 않다. 화장품 사업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지난해 장사는 성공적이었다. 화장품 사업은 매출 3조3111억원, 영업이익 636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 4.9%, 10.0% 증가했다. ‘후’, ‘숨’, ‘빌리프’ 등 고가 화장품의 고성장으로 영업이익률이 18.3%에서 19.2%로 전년대비 0.9%p 개선됐다.

특히 고급브랜드가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후’의 매출은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를 돌파하며 1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숨’도 매출 3800억원을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주요 브랜드들의 글로벌 신규 시장 확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며 “글로벌 혁신 상품 개발, 차별화된 고객경험 선사, 디지털 인프라 개선 등의 혁신 활동을 통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드 먹구름이 올해부터 걷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변화가 향후 양사의 선두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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