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수사 신뢰 못 얻어…“정·관계 및 법조계 광범위 로비 있었을 것” 지적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만2000여명에게 1조원 이상 피해를 준 금융피라미드 업체 IDS홀딩스의 사기 사건이 부실한 수사 결과로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이 사건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IDS홀딩스 사건 수사 담당 경찰관에 대한 인사 청탁 대가로 IDS홀딩스 측으로부터 총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IDS홀딩스 브로커 유모씨는 구 전 청장의 후임인 이상원 전 청장에게도 500만원을 건넸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IDS홀딩스 수사를 전담했던 윤모 경찰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08년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친분을 유지했다. 이후 김성훈 대표는 2015년 경찰이 IDS홀딩스를 수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윤씨를 관할 경찰서인 영등포경찰서로 발령내고자 했다. 

 

실제 윤씨는 2015년 5월 경위로 특진하면서 IDS홀딩스를 수사하는 영등포서 지능계로 발령이 났다. 윤씨는 이후에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자리를 옮기며 IDS홀딩스 수사를 전담했다. 윤씨는 김성훈 대표의 청부를 받아 사건을 수사하고, 수사기밀을 유출한 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기소됐다.

김성훈 대표는 브로커 유씨에게 윤씨의 인사청탁을 부탁했고, 유씨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전직 보좌관 김모씨를 통해 구은수 전 청장 등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씨와 구 전 청장은 충청도 출신이다.

IDS홀딩스 수사를 담당한 경찰 중 1명은 현재 유흥업소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경찰 A씨가 브로커 유씨를 통해 인사 청탁을 한 정황도 재판과정에서 검찰을 통해 증거로 제시됐다. A씨는 실제로 인사 청탁을 한 것이 아니며 유씨와 친분을 쌓아 수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른바 ‘함정수사’를 한 것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IDS홀딩스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IDS홀딩스의 로비 정황을 알면서도 수사하지 않았고 뒤늦게 경찰 비위만 적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비가 정·관계 및 법조계까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2014년 9월 IDS홀딩스 본사 이전 기념 화환에 당시 김종필 전 국무총리,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변웅전 전 자유선진당 대표, 서울북부지검 김모 지검장, 서울고등검찰청 이모 부장검사 등의 축하 화환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특히 검찰이 변웅전 전 대표를 수사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IDS홀딩스 장부에는 변 전 대표가 3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이 있다. 검찰은 변 전 대표를 3억원을 투자했다가 수익금을 받고 6억원을 재투자한 피해자라고 보고 있다. 변 전 대표 역시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장 피해자 별지에는 변 전 대표의 이름이 빠져 있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부실수사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첨단수사2부장검사를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도 했다.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1조원대 사기행각을 벌이면서 수사권이 없는 경찰에게만 로비를 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 로비를 하지 않았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면서 “IDS홀딩스 사기사건의 경과를 보면 몸통은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라는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사건 사기 공범으로 보이는 팀장급 이상의 모집책들은 400명에 이르는데 수사 경찰관은 10명도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경찰은 광역범죄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 등의 가능한 인력을 동원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경찰청 앞에서 IDS홀딩스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연다.

 

IDS홀딩스 피해자가 지난 1월 27일 송파경찰서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IDS홀딩스 피해자 모임 카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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