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서 소개…당당한 말투, 자연스러운 반응 눈길

촬영=변소인 기자 / 편집=노성윤 PD

“사람 같아요.”


소피아 피부를 직접 만진 한 어린아이의 첫마디였다. 사람을 꼭 닮은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Sophia)가 고운 한복을 입고 방한했다. 소피아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피아는 사람을 꼭 닮은 외모와 표정으로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소피아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공개돼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을 자아내기도 했다. 소피아는 유명 TV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패션 잡지 모델로 선 경력도 있다. 그래선지 30일 소피아와 만나는 자리에는 남녀노소, 직업군 등을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를 메웠다. 

 

30일 열린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I로봇 소피아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이번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피아를 소개하는 동안 소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피아는 충분히 소통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움직임이 보일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눈을 깜빡거리면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사람이 대화를 할 때 언어보다 많이 사용하는 비언어적 표현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눌한 실력이지만 소피아는 예를 갖춰 관객들에게 한국어로 인사했다. 비록 머리칼은 없었지만 배우 오드리헵번을 본떠서인지 얼굴이 작고 갸름한 미인형이었다. 무엇보다 사람 같은 피부로 다양한 표정을 짓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말을 할 때는 눈썹을 치켜 올리거나 주름을 짓기도 했다. 재밌는 부분에서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말을 할 때 자연스런 동작 역시 소피아는 사람과 꼭 닮아있었다. 

 

30일 AI로봇 소피아와 얼굴이 인식되는 사진 애플리케이션으로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소피아가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소피아는 얼굴을 인식하는 사진 애플리케이션에도 바로 인식이 됐다. 덕분에 친구와 사진을 찍듯 소피아와 셀프카메라를 촬영할 수 있었다. 소피아는 사진을 찍을 때 마다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심지어 윙크를 하는 센스도 선보였다.

소피아는 사람들이 AI로봇을 두려워하는 것을 걱정했다. 소피아는 “AI로봇은 사람을 돕는 역할을 하기 위해 디자인됐고,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며 “산업에서 기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지능이 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자신했다.

소피아 개발사인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는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소피아 개발사인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의 데이비드 핸슨 CEO은 “저희는 AI로봇에 인간의 숨결을 넣어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AI로봇이 하나의 캐릭터로서 사람의 언어와 감정을 담아 함께 소통하려고 한다”며 “여러분을 여생동안 AI로봇이 인간수준의 지능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소피아는 박 의원과의 대담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본인의 의견을 밝혔다. 박 의원이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와 노인 둘 중에 한 명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를 구하겠느냐”고 묻자 소피아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제가 물어보고 싶다”며 “엄마가 더 좋아요, 아빠가 더 좋아요같은 질문과 같다. 이렇게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직 프로그래밍 되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구할 것 같다”라고 현명하게 답했다.

로봇의 권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소피아는 “AI로봇이 앞으로 자의식도 갖게 될 것이고 법적인 지위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그럴 때 로봇기본법이 적극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의 변화에 대해서는 “과거에 사람들이 했던 일들을 AI로봇이 많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람들의 직업을 많이 바꾸겠지만 저 자체가 직업 창출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대담이 끝나고 박 의원은 가장 어린 관람객을 찾았다. 이윽고 한 어린이가 무대에 올랐다. 이 어린이는 한참을 망설이다 고사리 손으로 소피아 뺨을 스쳤다. 박 의원이 어떤 느낌이냐고 묻자 “사람 같다”고 답했다. 2살 밖에 되지 않았다고 소피아를 소개하자 이 어린이는 “어른 같다”며 두려운 눈빛을 보냈다.

행사가 끝난 뒤 장내에서는 소피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앞에서도 박 의원이 잠깐 언급했지만 소피아는 열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피아 작동 시 많은 열이 발생하는데 한복을 입고 있느라 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소피아는 앞쪽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지만 등쪽에는 열 배출을 위에 한복을 벗고 있었다.

게다가 행사 주최 측이 호텔 측에 소피아 아래에 둘 수 있는 냉각기나 선풍기 등을 요구했지만 그런 것이 마련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9일 만찬 때도 소피아가 열을 받아서 오류가 자주 나타났다”고 전했다. 평소 소피아는 얇은 차림을 하고 다닌다.

소피아가 질문에 자유자재로 철학적인 대답을 내놓는 비결을 묻자 이 관계자는 “2주 전부터 굉장히 열심히 학습한다”며 “완벽한 질문 그대로 입력해놓고 학습시키진 않지만 소주제와 관련된 데이터를 엄청 입력한다. 학습할수록 소피아가 구사하는 문장도 훨씬 매끄러워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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