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한샘·현대·이케아에 신세계까지…'퇴출 위기' 중소 가구점들 ‘협동조합’으로 활로 모색

가구산업에 진출하는 대기업이 늘면서 중소·중견가구업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광명·파주·포천 등에 가구거리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영위해오던 중소가구업체들이 다양한 유통채널과 마케팅으로 무장한 대기업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점점 밀리고 있는 것이다. 매출이 점차 오르는 대형 가구 업체와 이에 밀린 중소가구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 대기업 매출은 오르고, 작은 업체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2014년 이케아 등장으로 국내 홈퍼니싱 시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이케아 국내 1호점인 광명점의 2016년 9월~2017년 8월 매출은 3650억원이다. 이케아 광명점은 전 세계 매장 중 매출 1위이며, 2호점인 고양점은 단일 매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4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이케아에 밀려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국내 가구업체들의 외형 역시 덩달아 커지고 있다. 홈퍼니싱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진 것이다. 한샘의 경우 2014년 매출이 1조3250억원이었지만, 온라인몰 강화를 통해 매출이 매년 2000~3000억원씩 늘어 지난해 매출은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리바트 역시 매출 5000억원대의 산업·건설자재를 유통하는 현대 H&S와의 합병을 통해 매출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세계가 까사미아를 인수하며 2028년까지 매출 1조원대 규모로 키우겠다고 공언하면서, 가구 산업을 둘러싼 대기업 간 공방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2020년까지 홈퍼니싱 시장이 18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한숨이 더욱 깊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중소·중견가구업체들이다. 실제 이케아 등장 후 광명 등 주변상권뿐 아니라 중소·중견가구업계 전반에 찬바람이 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국내 백화점 3사 모두 홈퍼니싱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국내 가구시장에서 60~70% 비중을 차지하는 비브랜드 가구업체들은 경영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 광명점과 7㎞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광명가구단지의 경우, 이케아 등장 이후 폐점률이 20%까지 치솟았다. 현재 이 곳에 남은 중소·중견규모의 가구업체는 29곳이다. 비단 광명뿐 아니라, 포천에 위치한 가구단지의 경우에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가구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소·중견업체들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화장대, 수납장 등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제품들까지 만들기 시작하면서 작은 업체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가구업체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기업이 만드는 제품과 중소업체가 만드는 제품이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젠 중소기업이 하던 제품들까지 대기업이 만들고 있다”면서 “간단한 서랍장, 화장대, 수납장 등 비교적 부가가치가 없는 제품들은 우리가 만들었다. 대기업은 고가의 고급제품들을 주로 팔았다. 그런데 대기업도 이런 저가형 시장까지 확대하니 영세 상인들 장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제품도 다양하고 대기업이라는 브랜드까지 있으니까 아무래도 더 잘 팔린다. 대기업은 생산 효율이 좋아서 우리랑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더 싸고 많이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대기업 브랜드에 밀린 이들이 돌파구로 마련한 것이 바로 협동조합이다. 포천생활가구협동조합의 경우, 8군데의 중소 가구업체들이 침실, 학생, 원목가구 등 분야별로 20~30년씩 노하우가 축적된 장인들이 모여 설계·생산·판매까지 함께 한다. 사실상 하나의 기업인 셈이다. 현재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덕분에 지난해 매출도 설립 초기와 비교해 약 80배 가량 늘었다.

조합 관계자는 “소상공인들 다 죽겠다 싶어 우리도 뭉쳐서 대기업 못지 않은 공동의 마케팅을 하자라는 취지로 모이게 됐다”면서 “한 회사가 만들 수 있는 가구 종류는 적다. 하지만 여러 기업이 모였을 땐 시너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만큼, 판로 개척 등 경쟁력 확보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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