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툼레이더’ 韓서 먼저 개봉, 테스트 베드 활용 복안…넷플릭스도 올해 ‘킹덤’ 등 韓콘텐츠 잇달아 내놔, 한류 콘텐츠 수요 공략

영화 ‘블랙팬서’(Black Panther)의 부산 촬영 장면. /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중에서도 선두권을 다투는 월트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가 비슷한 시점에 ‘히어로 무비’(Hero Movie)를 내놓는다. 헌데 이들 두 기업이 공히 북미보다 한국서 먼저 개봉하기로 했다. 아시아권을 일종의 테스트 베드(Test Bed)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때마침 할리우드를 긴장케 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도 한국서 기지개를 켠다. 올해 넷플릭스는 한국서 드라마와 코미디, 예능을 골고루 제작키로 했다. 한국을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해 아시아권을 폭 넓게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0일 영화산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4일 영화 ‘블랙팬서’(Black Panther)가 국내서 개봉한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마블(Marvel) 스튜디오의 올해 첫 블록버스터다. 2008년부터 자체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마블은 이듬해 월트디즈니에 인수됐다. 블랙팬서의 국내 수입과 배급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맡았다.

특히 이 작품은 지난해 3월 자갈치 시장 일대, 광안대교 상판 등 부산시에서 진행한 촬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내달 개봉을 앞두고는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방한해 아시아 지역서는 유일하게 투어를 진행한다. 북미 개봉일은 한국보다 늦은 2월 16일이다.

디즈니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성공의 기억’에서 기인한다. 그간 마블이 내놓은 히어로 무비가 국내 시장서 화려한 상업적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국내서 867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2015년에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누적 1049만 관객을 동원해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두 영화 모두 국내 시장서 비수기로 꼽히는 4월에 개봉해 이 같은 성적을 거뒀다. 마블은 올해 4월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내놓는다.

디즈니와 미국 박스오피스 점유율 수위를 다투는 워너브러더스는 3월 8일 한국서 ‘툼레이더’(Tomb Raider)를 개봉한다. 이는 북미 개봉일(3월 16일)보다 8일이나 빠른 시기다. 이에 관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측은 “이례적으로 아시아 국가서 먼저 영화를 선보인다”면서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테스트베드로 급부상한 한국 영화시장의 위상”을 이유로 들었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상대적 비수기인 설 연휴와 7월 사이 3~4개월을 집중공략하면서 ‘1000만’을 노릴 수 있는 시장으로 키웠다”면서 “여전히 할리우드가 가장 잘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한동안 시장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서 할리우드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넷플릭스도 본격적으로 한국을 공략한다. 넷플릭스는 올해 ‘시그널’ 김은희 작가, 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과 함께 드라마 ‘킹덤’을 제작해 공개한다.

웹툰 원작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도 올해 베일을 벗는다. 또 개그맨 유병재가 출연하는 ‘오리지널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 SBS ‘런닝맨’ 출신 조효진 PD의 ‘범인은 바로 너’ 역시 넷플릭스의 투자로 시장에 나온다. 이와 같은 작품의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그간 넷플릭스는 플랫폼을 진출시킨 국가에서 맞춤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공개해왔다. 일본서는 ‘심야식당: 도쿄스토리’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국내서의 담금질은 여러 셈법을 포괄하고 있다는 게 시장 안팎의 시각이다.

김아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조사연구팀 연구원은 “향후 한국 콘텐츠를 갖고 동남아 시장에서 플랫폼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면서 “아시아판 넷플릭스를 표방한 아이플릭스(iflix)는 먼저 동남아로 진출했음에도 실패했다. 플랫폼 만으로 녹록치 않은 시장이라는 뜻인데, (한국 공략은) 한류 콘텐츠 수요가 많은 아시아권에서 쓰임새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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