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치면 800살정도 생존…"인간 노화 연구 적용"

벌거숭이두더지쥐/사진=연합뉴스

세계 최초로 죽을 때까지 늙지 않는 동물이 발견됐다. 아프리카에 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가 그 주인공이다.

구글의 생명공학 계열사인 캘리고 생명과학은 최근 생명과학·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이라이프 최신호를 통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발견이 인간 수명 연장 연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당장 캘리고 생명과학은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늙지 않는 비결을 찾아내 인간 노화 연구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아프리카에 사는 땅속 동물로 몸에 털이 거의 없고 몸 길이도 8cm에 불과하다. 최대 수명이 30년이 넘어 몸집이 비슷한 다른 쥐 종류의 510배에 이른다. 사람으로 치면 800살쯤 사는 셈이다. 암에도 걸리지 않고 통증도 느끼지 않는다. 종류와 몸집이 비슷한 포유동물들은 최대 수명도 비슷하다는 경향을 크게 벗어나는 사례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노화와 수명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사망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곰퍼츠의 사망률 법칙을 따른다. 인간의 경우 30세 이후 8년마다 사망률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90세까지 사는 이가 드물지 않지만, 100세는 매우 드물고, 110세 이상은 더욱 드물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이 법칙을 따르지 않는 첫 사례다.

캘리코 생명과학 연구진이 3000여 마리의 35년간 사육 기록을 조사한 결과, 이 동물이 번식 가능한 정도로 성숙한 후 사망률이 하루 1만분의 1 미만으로 꾸준히 유지됐다.

연구 책임자인 버펜스타인 박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다른 포유동물과 같은 방식으로 노화하지 않고, 사실은 노화의 징후가 거의 없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생식이 가능할 정도로 성숙하는 데 걸린 시간의 25배가 흘러도 사망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 장수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데에 벌거숭이두더지쥐는 특별히 중요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