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내용 등 핵심 증거 빠져…국정농단 사건 판결 결과는 이 부회장에 악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마친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엄격한 증명’을 위한 필수적인 증거·증언이 확인되지 않은 사례들이 있는 반면,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취지의 국정농단 사건 선고 결과들도 잇따랐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오는 2월 5일 오후 2시 이 부회장의 2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네 번이나 공소장을 변경하며 범죄사실 구성을 강화한 특검 측은 이번 사건을 “경영권 승계의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정경유착의 전형”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삼성 측은 “경영권 승계 청탁을 한 적이 없고 단지 국정농단 사태의 피해자일 뿐”이라며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핵심은 숱한 논란을 낳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다.

1심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과 ‘수동적 뇌물’이 있었다고 이 부회장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라는 청탁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서로의 현안을 인식한 상태에서 뇌물이 오갔다는 논리다.

하지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법정에서 묵시적 청탁과 수동적 뇌물이라는 판단은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1심 판단에 대한 강한 의구심과 비난을 보낸 외신들도 있었다. 묵시적 청탁과 수동적 뇌물이라는 표현 자체가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직접 뇌물 부분에 ‘제3자 뇌물로 공소장을 변경해보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소심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그는 끝내 재판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세 차례 혹은 네 차례 독대과정에서 나온 말들이 끝내 확인되지 않으면서 재판부는 간접사실 등을 바탕으로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제시된 증거의 증명력을 재판부가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반면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국정농단 사건 선고 결과도 잇따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대기업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 2차관과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징역 2년 6개월~3년을 선고하면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 과정에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의 항소심에서도 ‘부정한 청탁’에 대한 법원 판단이 강화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14일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이 사건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는 지시가 있음을 적어도 인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판결문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증거로 제출됐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제3자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가법)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총 5가지 혐의를 받는다. 1심은 5가지 혐의 중 상당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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