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애플스토어 ‘애플 가로수길’ 27일 개장…“이 경험 기념으로”

촬영=고재석 기자 / 편집=김률희 PD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달한 1월 27일 오전의 서울. 바람이 날카로운 이빨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애플이 예고한대로 국내 첫 애플스토어가 베일을 벗었다. 국내에 아이폰을 출시한지 8년 만에 생긴 첫 공식 매장이다. 애플은 그간 관례상 토요일에 애플스토어를 개장해왔다. 위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12길 46, 공식 명칭은 ‘애플 가로수길’(Apple Garosugil)이다. 

오전 9시, 기자는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를 나왔다. 분위기는 한산했다. 평소에는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바로 그곳. 하지만 주말 오전, 심지어 동장군도 추워서 달아날 정도의 날씨 아닌가. 이미 열차를 타고 오며 얼어버린 한강을 눈으로 확인하고 온 터였다. 가로수길에 진입했지만 되레 더 스산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한 캐릭터 판매 매장을 지나갔다. 너무 썰렁해서 문이 닫혀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100미터 정도 더 걸었을까. 상황이 급반전했다. 엄청난 수의 인파가 눈앞에 나타났다. 목도리와 귀마개, 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한곳만 바라보는 인파 말이다. 그들이 향한 시선은 애플 로고가 선명하게 아로새겨진 가로수길 매장. 오전 9시 15분 즈음이라 아직 개장 전이지만 통유리 너머로 애플 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점차 분위기가 고조됐다.

10시가 다가오자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내 환호성이 뒤섞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0시 정각부터 애플 팬들이 입장했다. 애플 직원들이 문 앞에 나와 일일이 입장객들과 악수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박수 소리도 시시각각 들렸다.

본사 소속 임원으로 보이는 한 애플 관계자는 이 추위에 반팔셔츠 차림으로 나와 입장객을 맞았다. 그는 귀가 빨갛게 얼어붙은 채 바깥으로 나와​ 환한 미소로 박수를 쳤다. 세계 곳곳의 애플스토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수십 개의 카메라가 그 장면을 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행사에는 안젤라 아렌츠 애플 리테일 부분 수석 부사장이 직접 참석키도 했다.

 

27일 오전 애플가로수길에서 애플 직원들이 입장객들을 환영하고 있는 모습. / 사진=고재석 기자

줄 선 순서대로 매장에 입장하는 애플 팬들의 모습도 남달랐다. 상당수 입장객이 각자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꺼내 자신의 입장을 ‘셀프 촬영’했다. 매장 안 애플 직원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을 향하자 환하게 웃으며 함성을 질렀다. 국내의 다른 개장행사에서는 흔히 접하지 못했던 분위기다.

애플스토어 맞은편 MCM 매장 앞에는 수십 명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국내 뿐 아니라 외신기자들의 모습도 곳곳에 보였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한국에 이렇게 애플 마니아들이 많았나”라는 말이 오고갔다. 근처에는 만일을 대비해 구급차가 대기하기도 했다. 또 경찰 순찰차도 주기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가 봤다. 애플스토어 매장에서 압구정역 방향으로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사이사이마다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삼삼오오 함께 온 사용자들도 있었지만 혼자 온 사용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경기도 광명에서 왔다는 장아무개씨(29)는 “미리 가야지지라는 생각으로 2시간 일찍 도착했는데도 줄의 중간 정도에 섰다”면서 “해외 애플스토어를 보면 축제처럼 관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려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국내 첫 매장이니 그런 경험을 기념으로 남기고 파서 찾아왔다”고 밝혔다.
 

애플가로수길 매장 맞은편 모습. 각사 취재진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 사진=고재석 기자

한 사용자는 택시를 타고 애플스토어 근처에 내렸다가 ‘줄을 서야 한다’는 안전요원의 말에 다시 행렬의 끝으로 가기 위해 먼 길을 되돌아갔다. 오전 10시 20분 기준으로 행렬은 가로수길 끝에 위치한 한 커피전문매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기자가 포털사이트 지도로 살펴보니 거리는 대략 300~330미터로 나타났다. 행렬의 끝을 기준으로 하면 신사역보다 압구정역이 더 가까운 셈이다. 혹시나 인파 많은 시간에 애플스토어를 찾는 이들은 참고하시길.

한편 애플 가로수길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애플스토어에서는 애플 제품을 체험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 또 제품 수리나 사용법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애플코리아는 애플스토어 가로수길 개장일부터 ‘뮤직메모로 노래 녹음하기’, ‘Clip로 동영상 스토리텔링’, ‘Swift Playgrounds로 코딩 배우기’, ‘인물사진’ 등의 교육을 실시한다. 또 제품 수리가 이뤄지는 ‘지니어스 바’ 예약도 가능하다. 실제 이날 애플스토어에서는 10시부터 관련 강의 일부가 시작됐다.

다만 아이폰은 현장에서 구매하더라도 즉각 개통할 수 없다. 아직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대리점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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