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증가에도 영업익 감소…의존도 높은 현대·기아차 부진에 직격탄

현대제철이 전년 대비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든 2017년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와 자동차용 강판 현실화가 현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아직 원가상승분 반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 사진=현대차

현대제철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글로벌 철강 업황 개선에 글로벌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철강업계에서는 그룹 관계사인 현대·기아차를 캡티브 마켓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현대제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현대제철은 지난 2017년 경영실적으로 연결 기준 매출액 19조1660억원, 영업이익 1조36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직전년도인 2016년 대비 14.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4%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3676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16.1% 줄었다.

 

이날 발표된 현대제철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에 비해 소폭 낮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에서 예상한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1조4200억원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주요 철강사들이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과는 상반된 행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제철의 실적이 아쉬움을 남긴 원인으로 현대·기아차를 꼽는다. 전날 발표된 현대·기아차 실적이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현대제철 역시 수익성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에 자동차용 제품을 공급하는 현대제철 역시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서다.

 

현대제철 2017년 경영실적 / 표=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제철은 현대차와 자동차용 강판 가격협상에서 충분한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지난해에도 자동차용 강판 가격 협상이 지연됐고, 협상 가격 역시 기대되던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수익성 측면에서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2월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톤당 12만원 인상하려 했으나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협상은 4개월여 동안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졌고 톤당 6만원 인상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인상 시기는 지연되고 인상폭은 당초 목표보다 낮아졌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및 중국 판매 감소 등 지난해 수익성이 전년 대비 축소된 원인은 많지만, 자동차용 강판 가격 현실화가 늦어진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자동차용 강판 가격이 현대제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협상시에는 2016년에 인상된 원재료 가격을 일부 반영했을 뿐 이후 원재료 가격 인상은 여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연간 500만톤가량의 자동차용 강판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광석은 지난해 4분기 톤당 60달러에서 최근 10달러 가량 상승했고, 원료탄도 2016년 1분기 톤당 81달러 수준에서 2017년초 120달러 수준으로 상승한 뒤 최근에는 22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 진행된 실적 컨퍼런스에서 현대제철은 아직까지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석 현대제철 마케팅실장 상무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판매가격은 철광석이나 석탄 등 원료 가격이 변동이 있을 때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며 연료탄 가격이 최근 올랐지만 단기적으로 오른 것은 반영하지 않으며 지금 당장은 반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미국 통상압박 역시 실적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다만 현대제철 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현대제철이 해당되는 대구경 강관의 경우 최근 조사가 시작된 만큼 관련 조사에 충실히 답변하고 예비판결이나 확정판결을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과 건설업등 전방산업 수요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조선업의 경우 최근 수년간 철강사들의 후판가격 현실화가 늦어지면서 수익성을 갉아먹는 분야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일단 국내 조선 업체들의 업황은 회복세에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6년 수주 절벽 이후 수주량이 회복되고 있어서다. 다만 2016년 수주물량이 나가는 올해는 매출액이 최저점을 찍고 서서히 회복해 나가는 만큼 후판가격 협상은 여유를 갖고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의 철강 제품 수요는 정부의 규제에도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봤다. 현대제철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주택경기 조사를 통해 올해 건설사 수요가 1100만톤 수준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대 수요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경우 건설사들의 철강 수요는 1200만톤 수준이다.

함영철 현대제철 영업본부장 전무는 ​건설사들의 수요는 상반기에는 유지되고 하반기 정부 규제와 맞물려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H빔 사업 쪽은 어렵겠지만 철근 쪽은 올해까지는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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