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20초면 누구나 새로운 곡 만들 수 있어

박찬재 엔터아츠 대표가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인 A.I.M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당신은 오늘부터 작곡가입니다.”


박찬재 엔터아츠 대표는 A.I.M을 이렇게 소개했다. A.I.M은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음반 레이블이다. AI가 인간이 요구하는 음악을 작곡해주면 작사가, 작곡가, 편곡가들이 추가로 트렌드에 맞게 편곡해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AI와 협업해서 음반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AI와 협업을 하게 됐고, 그 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박 대표를 만나 물었다.

최초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이다. 간단히 소개해 달라.

AI가 인간이 요구하는 장르와 분위기의 음악을 자동적으로 작, 편곡하여 생산한다. 이후 사람과 협업해 사운드와 감성을 더한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 그 음악을 K-POP 가수들의 가창으로 완성해 음반을 기획, 제작, 발매하는 레이블이다. 기술은 머신러닝과 뉴럴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왜 음악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려고 하나.

이미 쥬크덱이라는 회사에서 AI가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AI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다가 흐름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소유권이 없다고 본다. AI를 통해 음악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AI를 통해 사람들이 꿈꾸지 못했던 일이 이뤄지고 스스로 창작자, 작곡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과 인공지능, 가까운 분야는 아닌 것 같은데.
너무 다른 분야고 아예 몰랐던 분야여서 오히려 겁 없이 뛰어들 수 있었다. 용기가 생긴 것이다. 음악 소비자 입장에서 마음을 먹고 안 될게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임했다.

어떤 반향을 일으킬까.
음악은 원래 소수의 뮤지션이 하는 예술이었다. 하지만 AI를 통해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수많은 뮤지션 지망생들까지 음악을 할 수 있는 새롭고 즐거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싶었다. 현재 음악 시장을 보면 대형 기획사에서 장악하는 구조가 보편화돼있다. 하지만 AI를 통하면 새로운 창작군이 생긴다. AI를 통해 음악이 많이 생산될 것이다. 그러면 기존에 능력은 있는데 보여주지 못했던 무명 뮤지션, 일반 창작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것이다.

AI가 작곡가를 이길 수도 있나.
그건 아니다. AI는 개성이 없다. 여러 집단 지성이 모여서 만든 하나의 모델에 불과하다. 음악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개성이 결핍돼 있다. AI는 사람이 겪은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다.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인간이 갖고 있는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AI가 따라올 수는 없다.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했나.
엔지니어들을 만나기도 하고 쥬크덱과 영국에서 만났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영상으로 회의를 한다. 뮤지션들과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했다. 기형적인 음악 유통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후배 뮤지션들을 위해서라고 설득을 많이 했다. 작곡 팀들이 같이 협업 준비를 많이 했다. 또 AI가 만든 파일을 갖고 작업해서 연습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작업이라 낯설었다.

쥬크덱과 협업하게 된 계기는.
쥬크덱 공동창업자인 패트릭 스탑스는 작곡가 출신이다. 나도 작곡가 출신인데 같은 작곡가끼리 얘기를 하다 보니 생각하는 방향이 같아서 불꽃이 일었다. 이미 쥬크덱은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협업하기에 매우 좋은 기업이었다.

쥬크덱은 어떤 곳인가.
영국의 AI 전문 스타트업이다. 쥬크덱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100만곡 이상 생산해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이다.

AI가 어떤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내나.
팝, 록, 피아노음악, 영화음악, 드럼앤베이스, 포크 다 가능하다.

AI 음반 에이블을 얘기했을 때 직원들 반응은 어땠나.
무슨 소리하는 거냐는 반응이 많았다. 아직도 긴가민가 하는 직원도 있다. 반면 쥬크덱은 굉장히 본인과 뜻이 맞다며 굉장히 좋아했다.

오는 2월 27일에 할 쇼케이스 준비는 잘 되가나.
총 3곡을 공개할 계획인데 지금 한 곡 데모 작업을 끝냈다. 매우 바쁘다. 매일 테스트하고 수정을 거치고 있다. 챙겨야 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바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재미있다.

어떤 가수가 참여하나.
두 팀은 확정됐고 한 팀은 아직 조율 중이다. 대중들이 잘 아는 가수도 참여할 예정이다. 케이팝,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기 위해 해당 장르에 어울리는 가수를 섭외하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

한 곡이 완성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일반인이 AI에 요청해서 음악이 작곡되는 시간은 20초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20초는 그저 파일을 변환하는 속도다. 좀 더 음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음악인들과 협업해서 음반 형태로 질을 높이고 협업하면 기존 음반 만드는 시간과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AI에 계속 작곡시키다 보면 같은 곡이 나오지는 않나.
같은 곡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음이라는 것이 미묘한 길이 차이만으로도 다른 음악이 된다. 표절 시비에 휘말릴 이유도 없다.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의 음악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저작권은 어떻게 되나.
아직 관련법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은 가벼운 저작권으로 봐야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저작권 개념이 없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예측도 된다. 저작권이 아닌 다른 대체 시스템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AI 작곡을 이용하면 인류 숫자보다 더 많음 음악이 나올 수도 있다.

가수들 반응은.
쇼케이스를 설명하면서 처음에는 피처링으로 설명했다. 가수들 마다 집중받는 것을 좋아하는 가수도 있고 꺼려하는 가수도 있어서 그에 맞게끔 설명을 하고 있다. 대부분은 좋다는 반응을 보였고 회사 관계자분들도 좋아했다. 하지만 AI 작곡 음악으로 노래하는 가수라는 첫 단추를 꿰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들은 왜 시작을 두려워하나.
음악하는 입장에서는 AI가 뮤지션 영역을 침투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작곡가에 큰 영향을 미쳐 가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하는 것 같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진 않다. AI는 도구다. 함께 풍부해지는 작업이란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AI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깔려있는 AI와 인간과의 대결 구도에 대한 편견이 장애물이 됐다. 잘못된 인식인 것 같다. 같이 일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일 뿐인데 두려움이 강한 것 같더라.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일인 것 같아서 하게 됐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뮤지션으로 태어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특한 사내 분위기가 있을 것 같은데.
월요일에 한 번만 만난다. 각자 지금은 쇼케이스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연예기획사로 출발했지마 영상회의도 많이 하고 IT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슬랙도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IT 스타트업과도 맞닿는 부분이 많다.

향후 어떤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가.
요새 많이 보급되고 있는 AI 스피커에 우리 서비스를 넣고 싶다. 음악서비스 플랫폼에도 AI 차트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리고 차량 내비게이션에도 AI 작곡 기능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이것을 활용하는 뮤지션들도 많아질 것이다. 중국 시장도 보고 있다. 또 우리 애플리케이션(앱)과 호환되는 캐릭터 로봇인형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활용하게 해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내 생일 축하 노래 만들어줘”라고 하면 앱과 연동돼 바로 공유하고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올해 목표는.
지금 하는 AI 작곡 사업 계속해서 올해 안에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하다. 아이돌 출신 가수도 영입해서 AI 작곡음악 전문 가수로 키울 예정이다.

비전이 있다면.
뮤지션 출신이다보니 누구나 예술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거기에 활용되는 도구가 AI인 것이다. A.I.M 뜻도 A.I & Mankind, Arts In Mankind 그리고 A.I Music의 약어다. 인류 안에 있는 예술이라는 뜻이다. 계속 그런 쪽을 지향할 계획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박 대표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AI 음악을 들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음악이었다. 음반 차트 상위권에 자리한 최신 음악과 매우 닮아 있었다. 어떤 곡이 사람이 작곡한 곡이고 어떤 곡이 AI가 작곡한 음악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어 들려준 일렉트로닉 장르의 곡은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리듬에 몸을 맡길만한 곡이었다.

박 대표는 다음달 27일 첫 쇼케이스를 선보인다. 쇼케이스에서 AI가 작곡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물론 뮤지션과 협업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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