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원가 부담” 토로 vs 조선사 “업황 회복 시간 필요”

올해도 후판가격을 둘러싼 철강사와 조선사 사이의 가격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강 업체들은 지난해에도 후판가격에서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고 조선사들은 여전히 업황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사진은 국내 철강사에서 생산 중인 후판. / 사진=뉴스1

올해도 후판가격을 둘러싼 철강사와 조선사 사이의 가격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강업체들은 지난해에도 후판가격에서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고, 조선사들은 여전히 업황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체들과 조선업체들의 후판 가격 협상에 시각차가 커지고 있다. 철강사들은 선박용 후판가격은 최근 1년간 사실상 원가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의 가격 인상만 있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도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항상 손해라고는 못하지만 시기별로는 손실을 보면서도 판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어려웠던 조선 업종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조선사 수주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운임 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황어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운임 상승에 따른 해운사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물동량은 전년 대비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조선 업종이 수주 회복을 기대하는 상황에서도 조선 업체들은 후판 가격 인상은 여전히 부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 수주가 본격적으로 늘어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원재료인 후판 가격 인상 폭이 클 경우 수주 원가가 상승해 경쟁력을 잃는다는 이야기다. 최근 수년간 가격 상승을 자재해 온 철강사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조선사의 입장이 더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자칫 누가 더 힘들다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보기 좋지 않지만 후판 만을 생산, 판매하지 않는 철강 업체들과 달리 조선사들은 수익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며 선박용 후판은 선박 원가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토로했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원재료 인상분을 홀로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철강 제품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철광석은 지난해 4분기 기준 톤당 60달러에서 10달러가량 상승했다. 연초 급등세를 보였던 원료탄은 최근 급등세가 잦아들긴 했지만 200달러 선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료탄 가격은 지난 2016년 1분기 톤당 81달러 수준에서 두 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조선사들이 후판 가격 인상분을 선가에 반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려는 철강사와 달리, 해외 경쟁사들의 존재감이 크다는 판단이다. 특히 중국과 아시아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에 한국 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조선사와 철강회사의 후판 가격 줄다리기가 올해도 계속되는 분위기”라며 “최근 경쟁구도에서 조선사들이 선가를 올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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