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 징역 6년 등 15명 유죄 판결, 존리 증거부족으로 무죄 확정…피해자들 “형량 너무 가볍다”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옥시-롯데마트 상고 선고 관련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옥시 사건의 피해자들이 존 리 전 옥시 대표의 무죄 선고와 신현우 전 대표의 징역 6년 선고를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겨진 제조·판매사 임직원 등 15명이 무더기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책임자 처벌은 일단락됐지만 2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여전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5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옥시 연구소장 출신 김모씨와 조모씨도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5년을, 옥시 연구원 최모씨도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세퓨’의 오모 전 대표도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옥시에 납품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는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같은 재판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또 옥시를 벤치마킹한 PB((자체브랜드) 제품을 안전성 실험 없이 출시·판매한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에게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홈플러스 김모 전 그로서리매입본부장과 이모 전 법규기술팀장은 각각 징역 4년을, 홈플러스 조모 전 일상용품팀장도 금고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를 제작한 용마산업 대표와 롯데마트 관계자 등 4명도 각각 금고 2년 6개월~3년을 확정받았다. 금고형은 징역형처럼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 노역은 하지 않는다.

홈플러스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이 확정됐다. 옥시 법인과 세퓨 법인은 2심에서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서 검찰이 기소한 3개 법인 모두가 벌금형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원료물질을 흡입한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안전성을 확인하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과실이 중첩적 또는 순차적으로 경합돼 피해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했다는 원심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또 옥시 등이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시에도 안전’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를 속이는 등 거짓 표시한 행위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옥시의 외국계 임원인 존 리 전 대표는 증거부족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옥시 등에 원료물질을 공급한 업체 대표 이모씨도 무죄가 확정됐다.

책임자 처벌이 일단락됐지만,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여전하다. 참사 규모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모임인 ‘가습기 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2011년 8월31일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2018년 1월 19일까지 신고된 피해자 수는 5973명에 달한다. 또 정부의 연구용역으로 추산된 잠재적 피해자가 30만~5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가해 기업 관계자 16명이 선고받은 징역형은 총 53년형에 불과해 피해자들의 분노가 여전하다.

이 단체 관계자들은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습기 살균제 참사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참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참사를 일으킨 살인기업·살인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또 “존 리 전 대표의 무죄 선고는 검찰이 옥시의 외국인 임원 수사를 하지 않아 나온 결과로 너무나 부당하다”면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보장하는 특별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를 통해 새롭게 진상이 규명되고 처벌이 뒤따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에 포함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전체 가습기 살균제 제품 43개 중 옥시, 세퓨,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4개 제품 관계자만 기소된 부분도 비판했다.

최 소장은 “(검찰이) 피해자를 많이 양산한 애경, 이마트 등의 제품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들 기업은 피해배상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옥시제품으로 인한 피해자를 사망자 70명을 포함해 177명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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