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개설 페이지 접속해야, 접근성도 미흡…축적된 데이터 적어 서비스 질 저하

국내 항공사들이 챗봇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사진=셔터스톡

국내 항공사들이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를 적극 선보이고 있다. 그중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인공지능 헬프데스크 챗봇과 제이드를 내놓으며 챗봇 도입에 앞장서고 나섰다. 챗봇은 온라인 상의 대화를 뜻하는 채팅(Chatting)과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챗봇 서비스는 인공지는 챗봇이 메신저를 통해 고객의 질문에 응답하는 서비스다.

24일 기자는 직접 챗봇과 제이드를 활용해 항공권 예약 및 관련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재빠르게 챗봇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지난해 11월 13일 챗봇 서비스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영어와 한국어로 이용 가능하다.

진에어는 지난해 11월 14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선 최초로 챗봇 ‘제이드(Jaid)’를 도입했다. 제이드는 진에어(Jinair)가 도와준다(Aid)는 의미로, 페이스북 메신저와 스카이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는 한국어로만 이용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챗봇은 출도착 정보 확인, 예약 확인, 수하물 정보, 마일리지 정보 등 11개 종류의 질문에 응답한다. “수하물 규정 알려줘”라고 채팅창에 입력하면 출발지와 목적지, 탑승 클래스를 물어본 뒤 규정을 바로 안내해준다. 진에어의 제이드 역시 예약 확인, 수하물 규정 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두 챗봇 서비스를 통해 항공권 예약까지는 불가능했다. 아시아나항공 챗봇의 경우 채팅창에 “항공권 예약하고 싶어”라고 입력하면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링크 주소만 제공된다. 챗봇은 “스케줄 조회, 예약 및 항공권 구입은 아시아나항공 모바일앱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한다.

 

아시아나항공 챗봇은 예약 문의에 대한 답변으로 예약 페이지 링크만 보낼 수 있다. / 사진=아시아나항공 챗봇 이용서비스 화면 캡처


진에어 제이드도 마찬가지다. 예약 확인, 수하물 규정 안내 등의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지만, 항공권 예약은 진에어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해야 한다.

아울러 챗봇 서비스 접근성도 아쉬웠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챗봇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항공사 공식 페이지가 아닌 별도 개설된 페이지에 접속해야 한다. 그러나 별도 페이지는 홍보가 부족한 탓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의 챗봇과 진에어 제이드의 팔로워 수는 각각 268명과 71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용자 수가 인공지능 성능과 직결된다는 데 있다. 특히 진에어 제이드의 경우 자가학습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축적된 데이터에 따라 서비스 질이 좌우된다. 실제로 제이드를 활용해 본 결과 답변 수준과 질문 이해 능력이 미흡했다.

제이드와 처음 대화를 시작하면 메신저 아래 화면에 스케줄조회, 출도착조회, 예약조회, 서비스문의 등 4개의 선택지가 뜬다. 이 선택지를 눌러야만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첫 화면에서 스케줄조회 선택지를 누르면 답변이 제공되지만 직접 채팅창에 “스케줄 조회”를 입력하면 답변을 받을 수가 없다.

 

진에어 제이드와 대화하려면 화면 하단의 선택지를 눌러야만 한다. / 사진=진에어 챗봇 이용서비스 화면 캡처

 


또 제이드는 문장으로 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채팅창에 “수하물 규정”을 입력하면 관련 답변을 받을 수 있지만 “수하물 규정 알고 싶어”라고 입력하면 답변을 받을 수 없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챗봇은 비교적 문장형 질문을 제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였다.

 

진에어 제이드는 문장으로 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 사진=진에어 챗봇이용서비스 화면 캡처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의 챗봇 ‘핀(Finn)’과 비교하면 국내 항공사 챗봇들의 미비한 점들이 두드러진다.

핀에어는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영어만 지원하지만 핀란드어, 중국어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두 항공사의 챗봇 서비스와는 달리 핀을 통해서는 항공권 예약까지 가능하다. “Book flight(항공권 예약)” 입력 시 출발지와 목적지, 날짜, 왕복 여부 등을 묻는 답변을 보내온다. 이후 해당 정보를 기입하면 항공권 예약이 가능하다. 핀이 답변하지 못하는 질문은 고객센터로 넘어가 관리된다.

 

핀에어 핀은 예약에 관한 추가 질문을 통해 예약 안내를 돕는다. / 사진=핀에어 챗봇 이용서비스 화면 캡처


아울러 핀은 이용 접근성도 뛰어났다. 국내 챗봇 서비스가 별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핀에어 공식 페이지에서 바로 연결 가능했다. 핀에어는 이를 통해 다수의 챗봇 서비스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핀에어 공식 페이지 팔로워 수는 56만여명이다. 핀 역시 자가학습 가능한 AI를 활용하는 만큼, 지속적인 성능 발전의 토대가 마련돼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국내 항공사들은 세계적 흐름에 맞춰 챗봇 서비스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제이드는 자가 학습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용자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는 페이스북, 스카이프로만 (챗봇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용자 확대를 위해 플랫폼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예약 문의 시 챗봇이 출발지, 날짜 등을 묻는 추가 질문을 통해 예약을 안내하게끔 할 계획”이라며 “현재 서비스 안정화 단계로, 지속적으로 기능을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사의 챗봇 서비스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관계자는 “단순히 질문과 응답을 매칭시키는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 챗봇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화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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