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적 기대 못 미쳐…글로벌 흥행에 승부 걸어

로열블러드 메인 이미지. / 사진=게임빌
지난 2000년부터 모바일게임 ‘외길’만을 걸어온 게임사가 있다. 바로 ‘게임빌’이다. 게임빌은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게임사들이 PC 온라인게임 개발에 집중할 때부터 모바일게임만을 전문적으로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다. 얼마전 출시한 신작 모바일게임 ‘로열블러드’가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임빌은 2000년 설립된 게임 개발사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게임빌은 2G폰이 대다수이던 시절부터 모바일게임을 개발해 왔다. 당시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대다수 게임사들은 PC 온라인게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2000년대 중후반 게임빌은 ‘제노니아 시리즈’, ‘놈’ 시리즈, ‘프로야구’ 시리즈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게임빌은 2013년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송병준 게임빌 대표가 2013년 모바일게임 개발사 컴투스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게임빌이 경쟁사였던 컴투스를 인수하게 된 일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신의 한수’로 꼽힌다.

송 대표는 컴투스를 인수하면서 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업계 관측을 깨고 양사의 기업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독자경영을 택했다. 이후 게임빌과 컴투스는 ‘형제회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송대표는 현재 양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게임빌은 이후 2014년 출시한 ‘별이되어라’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모바일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간다. 비슷한 시기 컴투스 역시 ‘서머너즈워’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 두 형제회사의 운명은 엇갈리게 된다. 컴투스가 서머너즈워를 필두로 사세를 확장하는데 성공한 반면 게임빌은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다. 게임빌은 별이되어라 이후 뚜렷한 흥행작 배출에 실패하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게임빌은 지난 2016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연속 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빌은 지난 12일 기대작 로열블러드를 출시했다. 로열블러드는 게임빌이 2년 넘게 자체 인력 100여명을 투입해 개발한 MMORPG다. 게임빌 관계자는 “한국 모바일 MMORPG 최초로 ‘이벤트 드리븐 방식’이 전면 적용된 ‘돌발 임무’ 콘텐츠를 통해 MMORPG 본연의 재미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며 “100:100 규모의 RVR(진영전) 전투, ‘태세 전환 시스템’ 등으로 게임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MMORPG의 경우, 정해진 동선을 따라 퀘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로열블러드의 이벤트 드리븐은 필드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돌발 이벤트로, 참여 여부를 결정해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정형화된 퀘스트를 반복하는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자동전투’가 대부분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수동전투’를 강조한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다. 로열블러드는 출시 당일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 31위로 시작해 지난 16일에는 매출 1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3일 기준 현재는 26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매출 20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로열블러드의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다”며 “다만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넥슨의 ‘열혈강호M’이 여전히 매출 7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기대에 비해 성적이 저조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향후 대작 모바일게임들이 연달아 출시된다는 점이다. 넥슨은 오는 25일 5년간 공들여 개발한 기대작 ‘야생의땅:듀랑고’를 출시할 예정이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M’ 역시 1월 출시 예정이다. 두 게임 모두 사전예약 200만명을 넘을 정도로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로열블러드의 국내 성적보다는 해외 성적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게임빌과 컴투스 모두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에서의 성적이 향후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임빌은 오는 3월 로열블러드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게임빌은 로열블러드 글로벌 흥행과 관련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해외 지사 10곳과 긴밀한 협력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동안 여러 게임의 글로벌 마케팅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로열블러드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로열블러드 국내 성적은 당초 기대보다는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변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흥행 여부다. 게임빌이 글로벌 마케팅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흥행 성적에 따라 게임빌의 흑자 전환 여부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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