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 증가 지속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축소 우려에 긴장하고 있다. 다만 항상 변화하는 정제마진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도입원가 축소 등 마진 확보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 사진=뉴스1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축소 우려에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제품 가격의 차이로 정유사 입장에서는 정제 과정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윤에 직결된다. 정유업계에서는 항상 변화하는 정제마진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도입원가 축소 등 마진 확보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제마진은 6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4~5달러 수준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지난해 정제마진이 10달러대까지 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며 수익성이 낮아진 모습이다. 

국내 업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싱가폴 정제마진은 1월 3주 기준으로 5.9달러를 기록했다. 세부 지표에서는 등유와 경유 등 난방용 제품의 정제마진은 강세를 유지했지만 휘발유는 약세를 기록했다. 또 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납사 역시 정제마진에서는 약세를 기록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최근 정제마진 축소는 미국과 중국 정유 설비 가동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석유화학 업종 호황에 힘입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소비국 업체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정제마진이 축소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달 들어서는 글로벌 정유업체들의 가동률이 소폭 감소하고 있다. 다만 정제마진 전망을 두고서는 의견이 갈린다. 시장 수요에 무게를 둔 해석에서는 가동률 축소가 향후 정제마진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공급에 무게를 둔 해석에서는 정제마진이 축소된 상황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업체들이 가동을 줄이고 있다고 보는 탓에 향후 정제마진이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정제마진은 계속해서 변동하는 요소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서 마진폭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원유 도입 가격을 낮춰 마진을 확보하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도입 유종 비중이 소폭 변화하는 모습이다. 

국내에 도입되는 원유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동산 원유다. 통상 두바이유 가격이 가장 낮고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브렌트유 순으로 가격이 높아서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WTI와 두바이유 간의 가격 역전이 벌어지면서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기준 두바이유는 전일대비 배럴당 0.14달러 상승한 66.09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배럴당 0.12달러 상승한 63.49달러로 마감하면서 두바이유 대비 2.6달러 가량 낮은 수준이다. 북해 브렌트유는 전일대비 배럴당 0.42달러 상승한 69.03달러 수준이다. 

두바이유 가격이 WTI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유 도입 비중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체 원유 수입 물량 가운데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2.9%까지 떨어졌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85% 이상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0%p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줄어든 물량은 미국산 원유가 차지했다. 미국산 원유 수입 물량은 지난해 3분기 1200% 이상 증가했다. 이어 10월과 11월에도 미국산 수입이 강세를 보이면서 중동산 수입 비중은 70%대로 떨어졌다.

정유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이 미국산 원유 수입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쓰오일은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기 때문에 여전히 중동산 원유 도입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 대부분이 도입가격을 낮추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정제 과정에서 붙는 마진폭이 비슷비슷한 상황이라 도입가격이 낮아질 경우 수익성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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