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서 서울 집값 급등세 간과…넘치는 돈 투기로 몰리는 현상 직시해야

 

정부가 치솟는 서울지역 아파트값을 잡지 못해 안달인데 한국은행은 방관하는 것 같은 모습이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고차원적인 정책을 펴는 곳이라 아파트값 정도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 정도는 호들갑 떨지 않고 내버려둬도 된다고 판단한 것인지 궁금하다.

 

올해 들어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경제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가뜩이나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정지역 아파트값이 거침없이 뛰면서 위화감을 조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중자금이 비정상적으로 흐르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평균 4.7%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평균이 1.1% 오른 것에 비하면 4배가 넘게 뛴 것이다. 또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1.9%2.5배나 되는 급상승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첫째 주에 0.28%, 둘째 주에 0.3% 상승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지방 사람들은 이러다가 자식들은 영원히 서울에 진입할 수 없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여전히 1%대에서 놀고 있다. 인플레이션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두느니 서울 아파트를 사두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돈 싸들고 달려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울 아파트값을 계속 밀어 올리는 양상이다.

 

그런데도 한은은 이런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대하는 것 같은 양상을 보였다.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대로 1.5%로 동결하면서 내놓은 자료에 부동산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리결정과 함께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한은은 오히려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것도 국내외 경제여건이나 성장전망 등을 두루 설명하고 마지막에 달았다. 물가보다는 성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다.

 

한계 명백한 지표에 계속 안주

 

이번 금통위 결정에서 눈길을 끈 것은 앞으로도 완화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 부분이다. 금통위는 그 결정의 배경으로 근원인플레이션율이 1%대 중반을 지속하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을 유지하는 등 물가가 아주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한은은 물가를 평가하면서 고질적인 자산가격 버블을 간과했다. 탁상에서 쓰는 근원인플레이션이나 기대인플레이션이란 용어에 사로잡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지방 부동산 가격은 잡혔다지만 서울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 국민의 심리를 투기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시중에 돈이 남아돌면서 실체도 없는 가상화폐에 코리안 프리미엄까지 붙어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오랜만에 자금이 들어온 증시에도 벌써 일부 업종의 주가가 정상적 가치판단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런 현장 얘기가 한은에선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은의 태도는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부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도 같다. 돈이 남아도는 상황에선 아무리 아파트 값을 잡으려 해도 잡히질 않고, 돈이 몰리면 가격은 그냥 뛰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집값 잡겠다고 수많은 정책을 내놨지만 실패한 것 역시 당시 통화량이 넘쳐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인플레이션, 약자에게 피해 입혀

 

자산가격 상승은 가난한 계층이 갖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부조차 부자에게 이전시키는 고약한 효과를 낸다. 한국의 분배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도 인플레이션이라는 통계에서 빠진 자산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런 양상의 물가상승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통계와는 별도로 전국의 개인들을 대상으로 3개월마다 생활형편 등에 대한 인식조사를 하는 것도 그래서다. 최근엔 이를 통해 체감경기는 개선됐는데 서민 살림살이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기도 했다.

 

미국에선 레이건 행정부 당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선진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초고금리 정책을 펴서 물가를 잡기도 했다. 최근 미국이 한국보다 앞서서 금리를 인상했고, 금융위기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유럽에서 유럽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은행도 이제 물가에 대한 생각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통계놀음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물가관리를 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금리 뿐 아니라 통화량을 직접 움직여서라도 비정상적인 물가상승은 막아야 한다. 그게 중앙은행의 존재이유란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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