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비슷… 가격·포장·방문편의성 등이 차별점

어떤 특권처럼 겨울엔 딸기가 있다. 껍질 까는 수고 없이 바로 과육을 먹을 수 있으며, 씨 발라내는 일에 매진하지 않아도 되고, 무른 잇몸으로도 부드럽게 씹을 수 있다. 딸기의 제철은 1월부터 봄 볕이 완연해지는 5월까지. 여름에도 삼척이니 평창이니 하는 강원도 고지대에서 딸기가 맺히지만 제철 아닌 딸기는 가격도 높고 맛도 무엇인가 빠져나간 듯 허전하다는 게 개인적인 감상이다. 사실 여름에는 여름의 과일인 포도가 있으니, 여름 딸기가 단물 오른 제철 포도를 이길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이 제철의 시작, 그 1월이다.

그러니 발 빠른 편의점이 움직이지 않았을 리 없다. 재빨리 딸기로 만든 제품을 내놓았는데, 공교롭게도 두 업체가 선보인 딸기 제품이 딱, 겹쳤다. 바로 빵과 빵 사이를 생딸기와 생크림으로 채운 딸기 샌드위치다. GS25는 5일, 세븐일레븐은 10일 각각 ‘유어스 딸기샌드위치(157g, 2200원)’와‘듬뿍듬뿍 딸기샌드(156g, 2000원)’를 내놨다. 양사 모두 제철 맞은 딸기를 내세워 겨울에만 한정 판매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GS25 유어스 딸기샌드위치(왼쪽)과 세븐일레븐 듬뿍듬북 딸기샌드(오른쪽). /사진=김률희 영상기자
GS25의 딸기샌드위치는 작년에만 2015년 100만개 돌파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만 220만개가 팔렸고, 세븐일레븐의 경우는 딸기샌드 매출이 전년 대비 31.4%나 올랐다고 한다. 겨울철 편의점 효자상품인 만큼 맛 역시 제 몫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됐다.

빵과 빵과 생크림과 딸기. 이 단촐한 구성이 전부인 딸기 샌드위치는 결국 샌드위치의 구석을 베어물어도 딸기와 생크림을 맛볼 수 있는가, 딸기에서 물 맛이 나지 않고 딸기 맛이 나는가, 빵이 버석거리지는 않는가 등으로 맛의 좋음과 나쁨이 갈릴 것이다. 일단 두 제품의 겉모습 모두 딸기의 두 동강 난 단면이 바깥을 향하고 있다. 동글동글 딸기와 직선 반듯한 빵 사이를 하얀 생크림이 채우고 있다. 

한때 SNS에서 떠돌던 창렬스러운 계란 샌드위치가 떠오른다. 삼각형 샌드위치의 대각선 부근에만 내용물을 발라놓아 겉으로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데 막상 먹어보면 계란은 아주 잠깐 등장할뿐, 결국 빵 두 겹을 겹쳐 먹는 셈인 그런 샌드위치 말이다. 이 두 제품도 그럴까? 딸기만 빼꼼, 그 뒤에는 생크림으로 대충 차있는 건 아닐까.

두 제품을 뜯어 빵을 들춰보니 이런 우려를 의식했구나 싶을 정도로 뒤까지 꼼꼼하게 딸기가 놓여있다. 삼면에서 고루 공략해도 딸기와 생크림이 잡힌다. 두 제품 모두 한 팩에 샌드위치 2개가 들어있다. 딸기 수를 세어보면, GS25 딸기 샌드위치 1개에는 절반으로 잘린 딸개가 4개가 들어있고, 세븐일레븐 딸기샌드 1개에는 6개가 들어있다. 딸기의 절대량은 세븐일레븐(51.92%)이 GS25(40.61%)보다 더 많다. 다만 두 제품 모두 딸기 향만 간간히 스치는 정도였다. 딸기와 생크림이 서로 적당히 져주는 느낌. 


맛에 있어서 두 제품 간 유의미한 차별성은 없었다. 둔한 미각 때문일진 몰라도 결국 두 제품 모두 ‘손으로 쥐고 먹는 가성비 딸기 생크림 케이크’ 정도를 해낼 뿐이다. 그렇다면 결국 차이는 가격, 포장, 매장의 접근성, 브랜드 선호 등에 있을 것이다. 편의점의 햄치즈샌드위치, 계란샌드위치, 각종 버거류에 질렸다면 먹어볼 만하다. 겨울에만 반짝 만날 수 있으니 더욱 그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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