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덱스터와 손잡고 ‘VR TOON’ 설치…롯데시네마는 국내 최초 VR 영화상영전 열기

지난해 9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코리아 VR 페스티벌 2017'을 찾은 시민들이 4DX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 미국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이 말은 이제 너무 흔해져 상투적 표현으로 자리매김했다.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이 딱 그렇다. 기술 역량은 1년 전과 비교해도 도드라지게 진화했다. 정작 ‘특별체험’만 차고 넘칠 뿐, 대중적으로는 아직 활발히 쓰이지 않고 있다.

국내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4.2회를 넘는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인들에게 영화관람은 그만큼 익숙한 취미생활이다. 이는 곧 VR이 대중적으로 익숙해지게끔 만들 ‘놀이터’가 극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미래를 읽어서인지 최근 극장가 맞수열전이 VR(가상현실)로 번졌다.

20일 극장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CGV용산아이파크몰 V버스터즈(V BUSTERS)에 ‘VR TOON’을 19일에 개장했다. V BUSTERS는 VR과 체감형 스포츠(Virtual Sports) 등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지난해 7월 개장 이후 약 7만명이 V BUSTERS를 찾았는데, 이중 72%가 20~30대 고객이다.

VR TOON은 360도 구(球) 형태 이미지를 갖췄다. 덕분에 독자들이 실제 만화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생생함을 더한다는 게 CJ CGV 측 설명이다. 눈길을 돌리면 기존 만화 속의 말풍선이 내레이션과 효과음 형태로 변경돼 몰입감을 배가시키는 방식이다. 또 직접 VR 컨트롤러를 이용해 만화 장면을 넘길 수 있다.

성인제 CJ CGV 컬처플렉스 기획팀장은 “VR TOON은 인기 만화 및 웹툰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앞으로 VR, 스포츠, 만화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CJ CGV는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영화 ‘신과함께’ 공동제작사인 덱스터 스튜디오와 VR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덱스터는 VR TOON의 첫 작품이자 네이버 인기 웹툰 ‘DEY 호러채널’(글/그림 DEY)의 에피소드 ‘살려주세요’ VR버전 제작을 맡았다. 웹툰을 VR로 전환해 웹툰 상의 3차원 공간에 실제 존재하는 듯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덱스터 측 설명이다.

덱스터는 VR 시네마 콘텐츠인 ‘화이트래빗’으로 이미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덱스터 관계자는 “올해 VR 콘텐츠 8~10개를 선보이는 게 목표”라면서 “향후 제작은 물론 유망한 국내외 VR 콘텐츠 투자 및 유통을 통해 아시아 대표 VR 콘텐츠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영업계서 CJ CGV를 추격하고 있는 롯데시네마는 오는 24일부터 3주 간 월드타워 6관에서 VR 영화 특별 상영전을 개최한다. 이번 상영전에 내걸린 VR영화는 총 9개다. 롯데시네마 측은 이를 5개 섹션으로 나눠 상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시네마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극장에서 삼성전자 VR기기와 스마트폰을 착용한 채 영화관람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저시력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만든 VR용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소재로 단편영화를 제작해 상영한 곳도 잠실 롯데시네마였다.

단독섹션 상영작은 송윤아, 한상진 주연의 ‘Nine Days’다. 파키스탄 반군에 피랍돼 고문 받던 주인공의 공포심을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라는 게 롯데시네마 측 설명이다. 또 ‘잊혀진 이야기’ 세션에서는 1952년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발생한 포로수용소장 납치사건과 대규모 폭동을 1인치 시점으로 보여주는 ‘거제도: 제3의 전선’ 등이 상영된다.

롯데시네마는 이번 상영전을 기점 삼아 VR을 영화 산업에 적극적으로 접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이번 VR영화 특별 상영전은 영화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 개발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상영관을 단순한 영화 상영 이상의 공간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