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규제 등 관련 조치 필요” vs “철강재 수입 美 안보 위협 안 돼”…경제 이슈에 정치적 고려 감안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두고 고심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철강 수입에 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철강재 수입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정치적 논리가 건재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두고 고심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철강 수입에 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미국 철강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입규제 등 관련 조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철강재 수입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주 철강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압박과 관련해 언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철강 산업은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취임 1주년을 맞아 어떤 형식으로든 언급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한 주 전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된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점도 긴장감을 높였다. 아직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역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전후로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제품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 추가 관세 부과와 수입 물량 제한 또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등을 발동하게 하는 근거 조항이다. 지난 1962년 미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아직까지 실제 발동 사례는 없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보고서 제출 이후 90일 안에 수입규제 등 조치를 발동할 지 결정하게 된다. 관건은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는지 여부다. 보고서 제출 전후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과 한국산 철강 제품에 관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앞두고 사전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여론이 갈리고 있다. 우선 철강 업체들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세력을 중심으로 통상규제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 등 부당한 방식으로 낮은 가격에 철강재 수입이 지속될 경우 미국 철강 업체가 존속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철강 산업은 전략무기 생산 등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는 논리 역시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논리를 제시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하고 있다. 일단 주요 타깃은 중국산 철강재가 되겠지만 무역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제품에 일괄적으로 추가 관세가 부과되거나 수출 물량이 제한될 수 있다. 국내 업체가 제조한 철강재 역시 중국산 반제품 수입후 가공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철강재 수입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철강 수출국가 대부분이 미국의 우방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위협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 낮은 가격에 고성능 철강재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제철강연구소(AIIS)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역확장법 232조가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는커녕 미국에 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자유 무역 관행을 포기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국방용 철강재 의존도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수치도 함께 제시했다. AIIS는 무기 제조 등 국방용으로 사용되는 철강은 미국 전체 철강 사용량의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한국 등 우방국가가 대다수기 때문에 분쟁 가능성도 낮다는 점도 제시했다.

 

양쪽의 논리가 공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향후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다만 순수 경제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 포함된 이슈라는 점은 변수다. 경제적 논리 외에도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외신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 A철강사 관계자는 “​최종 판단에 따라 국내 업체들 중 일부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철강 시장 상황과 함께 미국내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시나리오별로 최악의 상황을 미리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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