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한반도 평화 공간이자 성장 동력…북핵 문제와 경협 분리돼야”

19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만나 최근 남북회담 및 평창올림픽 준비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신한용 회장은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 사진=이준영 기자

북핵 문제와 대북 제재로 관계가 단절됐던 남북이 2년 만에 지난 9일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남북은 북한 대표단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고위급 회담 후 이어진 17일 실무회담에서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기로 합의했다.

2년 여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한반도 상황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를 환영하고 응원하는 기업인들이 있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과 국내 근로자들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국내 협력업체는 5000여 곳, 근로자는 10만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개성공단 전면 중단 지시로 일터를 잃거나 피해를 입었다.

시사저널e는 19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만나 최근 남북회담 및 평창올림픽 준비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신 회장은 이날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2년 만에 남북회담과 대화가 진행 중이다. 소감은?

반가웠다. 동시에 남북 대화 분위기가 평창올림픽까지만 이어지고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재개, 북핵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한다.

아직 남북이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의견 교환이 없다. 미국 주도의 국제적 대북 제재 국면이기도 하다. 남북의 개성공단 재개 논의가 가능하다고 보나?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선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의 남북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해서 결국 북미 대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과 미국의 대결 국면이 완화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미국이 개성공단 재개를 허가할 때 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미국이 재개를 허가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국내외의 눈치 보기 보단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공단 재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현재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라는 목표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개성공단 재개가 흐지부지 돼선 안 된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남북정상회담, 개성공단 등을 시작할 때도 국내외 반대 여론이 많았으나 돌파했다. 지금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의지와 목표를 해당 기업인들에게라도 귀띔해주면 좋은데 전혀 얘기가 없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선 우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과 통일부도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로 결정됐다는 발표도 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잘 마치고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교류를 계획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선제적으로 움직여주길 바란다. 기업인들의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이라도 긍정적으로 수용해 북한에 전달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북핵 문제와 경협은 분리돼야 한다. 그럴 수 있도록 정부가 목소리를 내야한다.

북한도 평창올림픽을 북한 체제 선전의 장으로만 이용해선 안 된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가길 바란다.

지난해 12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의 대량살상무기 전용도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 이는 전 정부가 한 행위지만 현 정부가 지금의 정부이므로 공식 사과를 하고 이러한 행위의 재발 방지를 위한 의지 표현을 해야 한다. 전 정부에서 절차 없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시킨 관계자들도 처벌해야 한다.

공단이 전면 중단된 2년간 기업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123개 입주 기업 가운데 50여개 기업은 생산 공장이 개성에만 있었다. 50여개 기업 중 30개 기업은 외국으로 공장을 옮겼고 나머지 기업은 국내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특히 입주기업 가운데 10개 정도 기업은 파산 직전이나 자산이 개성에 있다는 이유로 파산 신청도 못하고 있다. 휴업 상태다. 입주 기업 직원들도 개성공단 중단으로 회사가 어려워져 일자리를 잃고 있다. 중단 2년이 지난 지금 협회가 어려움에 처한 입주 기업인들에게 직원들 고용을 유지하라고 말하기 힘들다.

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액은 1조5000억원을 넘는다. 이 가운데 정부가 지원한 금액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위약금과 개성 현지 미수금의 경우 실질 피해액은 1859억원, 정부가 확인해준 금액은 774억원이다. 현재 정부는 확인한 금액 774억원 지원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재개가 필요한 이유는?

현재 개성공단 입주 기업뿐 아니라 국내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로 이전하고 있다. 국내에선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로 가도 경쟁력이 없다. 개성공단의 경우 저렴한 인건비, 근거리 물류 비용, 같은 언어 사용 등 최적의 곳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과 북방 대륙으로의 진출을 위해선 북한과 협력이 절대적이다. 개성공단이 그 시작점이다.

개성공단은 평화의 공단이라는 의미도 있다.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남북의 간극을 좁혀주는 곳이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5만명, 그들의 가족까지 20만명이 연결돼있다. 처음에는 남북 근로자 간 간극이 컸으나 1~2년 후 인식이 변했다. 최소한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했다.

개성공단은 그동안 남북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재개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개성공단은 불확실성이 줄어야 한다. 대한민국 기업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도 함께 들어가 북한이 돌발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험 제도도 피해액 뿐 아니라 영업 손실까지 보전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국민들이 통일을 말하지 않으면 통일을 못한다. 한국은 북한과 경제통합만 하더라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 북한을 국익 차원에서 활용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적 관계로만 봐선 안 된다.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평화와 성장 동력의 씨앗이다. 입주 기업인만의 공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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