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전달” 뇌물공여자 진술 등 확보…이 전 청장 “있을 수 없는 일” 일축

이상원 전 서울경찰청장이 2016년 9월 23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상원 31대 서울지방경찰청장(2015년 12월~2016년 9월)이 다단계 금융피라미드 회사 브로커로부터 현금 500만원을 수수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이 전 청장은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공여자의 진술과 관련 문자메시지까지 확보하면서 향후 이 전 청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1조 다단계 금융피라미드 회사’ IDS홀딩스의 회장 직함을 가지고 활동했던 브로커 유모씨(구속기소)로부터 “2016년 1월 서울지방경찰청 접견실에서 이 전 청장에게 현금 500만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유씨는 검찰에서 현금 모두가 5만원권이었고 돈 봉투를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꺼내 이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또 유씨는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좌관인 김모(구속기소)씨와 함께 이 전 청장을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법정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유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은수 30대 서울지방경찰청장(2014년 9월~2015년 12월)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 전 청장뿐만 아니라, 이 전 청장에게도 돈을 전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유씨는 “같은 충청도 사람에게 인사를 하려했다”면서 “그냥 갈 수 없어서 500만원을 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 직원에게 적발될까) 걱정되지 않았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양복에 넣은 돈 봉투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두 청장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이우현 의원의 보좌관 김씨가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을 것 같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와 친분이 있던 윤모 경위, 유씨와 친분이 있던 진모 경위가 20155월 특별승진(특진)된 것에 대한 보답 성격으로 돈을 준 것이냐고 물었지만, 유씨는 인사 차원이라며 부인했다.
 

검찰은 두 경찰관이 청탁을 통해 승진했다고 보고 있다. 두 경찰관이 유씨에게 청탁을 한 문자메시지가 확보됐고, 두 전 청장이 이들의 승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구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현직에 있었고, 이 전 청장은 경찰청 차장이었다.

통상 경찰의 특진은 각 경찰서장과 지방청장의 추천에 따라 경찰청장이 최종 승인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해마다 특진 세부방안이 조금씩 다르지만 각 경찰서와 지방청이 자체심사를 통해 추천인원을 선정하고, 경찰청에서 감사를 끝낸 뒤 감사결과를 통보하면 승진이 이뤄진다. 2015년에는 29명이 후보에 올라 8명이 최종 승진했는데 윤 경위, 진 경위 두 사람 모두 명단에 포함됐다.

구속기소 돼 재판 중인 구 전 청장과 달리 이 전 청장은 현재까지 입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청장도 수사할 것이냐는 물음에 “상식에 맞춰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청장은 유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청장은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검찰에서 연락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청장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경찰 간부후보 30기로 임용돼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청에서 특수수사과장·과학수사센터장·형사과장·기획수사심의관·수사국장 등 경력 대부분을 수사 분야에서 활동했다. 2014년 인천지방경찰청장, 2015년 경찰청 차장, 2016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주요 보직도 역임했다. 그는 2016년 9월 퇴직 후 확인되는 공식 활동이 없다.

한편, 구 전 청장은 김 대표와 유씨로부터 윤 경위의 승진 등을 대가로 총 3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수뢰후부정처사)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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