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 '빅3' 수주 목표액 상향…中 저가 수주 우려 소폭 감소

국내 조선사 수주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2016년과 비교해 78% 넘게 늘어나는 등 회복세에 놓인 데다, LNG 컨테이너선 등 해외 주요 선사의 상선 발주가 예정돼 있는 덕이다. 특히 조업업 지원 방침을 정한 우리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가 선박금융 지원 축소 방침을 정한 것도 수주 회복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 '빅3'는 올해 수주 목표액을 상향 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76% 늘어난 132억달러로 계획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지난해보다 26% 많은 82억달러로 수주목표액을 상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5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5억달러 높게 잡았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이 바닥이었지만, 2016년보다 지난해가 나았고 지난해보다 올해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게 모든 시장전망 기관과 국내 조선사 영업 일선의 예상”이라면서 “국내 조선산업이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시황 개선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실제로 조선·해운 시장 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세계 선박 신규 발주 규모가 2016년 377억달러에서 2020년 시행 예정인 선박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올해 809억달러(약 88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유 확산화물 함유 비율을 0.5% 이하로 낮추도록 규제하기로 하면서 선사가 신규 발주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상반기 선박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12척에서 최대 14척까지 발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은 1만4000TEU급 LNG 컨테이너선을 8척 발주한다는 계획을 정했다. 세계 6위 해운사 대만 에버그린 역시 연내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 예정이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컨테이너선 발주는 지난해 바닥을 찍고, 올해부터 LNG를 연료로 쓰는 LNG 추진선 등 친환경 및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 추세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조선소 저가공세 우려도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앞서 중국 조선소는 중국 정부의 100% 선박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CMA-CGM가 낸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 발주를 가져갔다. 중국 정부가 중국 조선소에 선박 건조를 맡길 시 해외 선사에 금융지원까지 해준 게 입찰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수주하는 있는 계기가 됐다.

다만 올해 입찰은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와 같이 선사에 대한 과도한 금융지원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연말 전체 사업에서 선박금융을 40% 이하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중국 교동은행은 장기 선박임대 계약을 체결한 사업에 대해서만 선별 지원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정부는 오는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 해운업을 활성화해 선박 발주를 늘리는 조선업 지원 방침을 정한 상태다. 또 정부는 선박 신조프로그램을 만들어 선사의 선박 발주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은 선박 신조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2만TEU급 선박 12척을 발주하는 데 필요한 자금 약 2조원 중 10%인 2000억원만 부담하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주 개선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면서 “지난해 수주 소식이 많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 마련 관련 발언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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