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 재조사 검토 알려져…시민단체, 재수사 요구 움직임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쪽 왼쪽 세번째)이 지난해 12월 12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 위원회 발족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변호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 접대사건 재조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은 그가 등장한 동영상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증언 등이 있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부실수사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과거사위는 검찰의 인권침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중심으로 조사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조사위는 약 25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 중 김 전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는 재심 등 법원의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중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된 사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의혹이 있었지만 검찰이 수사 및 공소제기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킨 사건 등을 조사대상 사건으로 선정한다.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은 이 같은 조건을 대부분 만족해 유력한 재조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대는 20133월 강원도 원주시 한 별장에서 이뤄진 성 접대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을 입수했다. 이 동영상은 건설업자 윤모씨의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발견됐는데, 이 동영상에 김 전 차관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별장에서는 각종 음란비디오와 성 도구들이 발견됐다.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이 30명에 달했고 이 중 5명은 여대생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이 이 별장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시인했으며, 영상도 고화질이어서 경찰은 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했다. 음성분석 전문가도 해당 영상의 음성이 김 전 차관과 95% 동일이라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20137월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는다고 확정 발표하면서, 그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피해여성 30여명에게 확인 진술을 받고, 동영상에 대한 얼굴 및 과학적 성분 분석까지 마쳤다. 접대 여중 한명의 모발에서는 필로폰 성분도 검출됐다. 경찰은 건설업자 윤씨에 대해 추가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등을 적용했다.

 

김 전 차관은 사건 초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재임한 시간은 315일부터 322일까지 일주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검찰의 결론은 달랐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해 잇따라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가 성 접대 사실과 동영상 촬영을 부인한 점, 동영상 속 여성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듬해 7월 윤씨로부터 김 전 차관에 대한 성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여성 이모씨가 나타나 두 사람을 검찰에 고소했으나 이 또한 흐지부지 끝났다. 이 여성은 사건 초반 성 접대 사실을 부인했지만 진술을 번복하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씨는 김 전 차관이 별장뿐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수차례 준강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차관의 가족이 또 다른 성 접대 동영상이 있다며 협박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차 수사에서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가 다시 수사를 배당받았다며 사건 재배당을 요구했다. 검찰은 담당검사를 교체하며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201412동영상 속 여성과 이씨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다시 김 전 차관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씨는 20151월 법원에 재정신청까지 냈지만 같은 해 7월 기각됐다.

 

이후 김 전 차관은 20161월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김 전 차관의 변호사 등록을 거부했으나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를 뒤집고 받아들여 논란이 있었다. 변협은 김 전 차관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직무 관련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212일 발족한 과거사위는 이 사건 의혹이 끊이질 않자 재수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훈령을 근거로 발족한 과거사위는 6개월간 재수사 사건을 선정해 법무부에 유사사례 재발방지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사항을 권고할 수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018년 신년사에서 과거사위의 과거사 진상 규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후속 조치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과거사위가 선정한 사건이 검찰 재수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도 김 전 차관의 재조사를 촉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선다. 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3곳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해달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들은 김 전 차관과 함께 강해운 전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도 함께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강 전 검사는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당시 이 사건 부장검사였다. 이들은 강 전 검사가 김 전 차관을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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