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최저임금 후유증’, 과거 두자릿수 인상 때와 비교해보니…
  • 박지호 기자(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15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2007년 때와 달리 최근 국내 경제 침체기… “올해와 단순 비교 어려워”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정부와 업계간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대폭 오름(16.4%)에 따라 고용 축소를 고민하는 영세자영업자와 소비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업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정부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두자릿수로 올랐던 지난 2000년과 2007년 당시의 물가인상률이 현재 시장이 우려하는 수준만큼 높지 않았다며 반박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정부가 올해와 마차가지로 최저임금을 두자릿수 인상한 지난 2007년 당시 인상률은 12.3%였다. 당시도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바 있다. ​대부분이 최저임금제가 양날의 검이 돼, 노동자의 평균 소득을 올리는 동시에 물가 상승과 고용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에도 최저임금 근로자인 서비스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대량 실업을 예상하는 주장이 대거 쏟아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당시, 최저임금이 오르기 이전인 2006년 △11월 560만1000명 ​12월 564만명이었던 서비스·판매종사자 취업자수는 이듬해 ​1월 560만9000명 ​2월 552만9000명 ​3월 553만1000명을 기록했다. 다만, 2007년 12월 취업자수는 563만명으로 반등하며 전년 동기 대비 0.2% 하락하는 데 그쳤다. 

 

2007년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 역시 최저임금 인상 전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를 개최했을 당시, 일부 외식업체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과거 최저임금이 두 자리수 인상됐던 시기에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저임금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던 2000년(16.6%)과 2007년(12.3%) 당시, 인상 전후 3개월 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오히려 하락했고, 개인서비스물가만 0.1~0.2%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례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가 안 좋았던 2000년·2007년과 2018년 현재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0년도에는 원화 강세가 되면서 경제가 급격히 침체했고,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20%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게 된 2007년 역시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때”라면서 “이 때문에 당시(2000년, 2007년)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해서 올해 역시 그럴 것이라고 관측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 일자리 안정자금 역시 실효성 의심돼…

정부는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된 ‘일자리 안정자금’이 원활히 집행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도 예상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정부가 총 3조원의 예산을 들여 30인 미만 업체 사업주에게 월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4대보험에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

다만 일자리 안정자금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도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지난해보다 20~30만원 가량 오르게 됐는데, 정부 보조금 13만원을 받기 위해 더 큰 손해를 감수할 사업장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울시 동대문구 대학가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42)는 “나갈 비용만큼 정부 지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사람을 줄여나가는 수밖에 더 있느냐”고 반문하며 “4대보험 가입하면 알바비가 줄어든다고 가입을 꺼려하는 친구들도 있다. 한 마디로 일자리 안정자금에 기대를 거는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 역시 “정부가 지원한다는 13만원으로 임금 인상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다들 차라리 13만원을 안 받고 만다는 입장일 것이다.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성북동아에코빌을 방문해 경비원 초소를 살펴보고 있다. 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원의 고충을 듣고 고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뉴스1
박지호 기자
산업부
박지호 기자
knhy@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