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흥행에 3‧4편 제작 가능성도 솔솔, 국내 장르 안착 여부 촉각…설 연휴 블랙팬서-조선명탐정 ‘전면전’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 대형흥행하면서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가능성도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할리우드 공습에 맞설까. 한국영화계의 ‘본산’ 충무로가 뜨겁다. 수년 간 묵혀있던 프랜차이즈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인 건 영화 ‘신과함께’다. ‘신과함께’는 국내 영화사상 처음 1‧2편이 동시제작 된 작품이다. 1편만으로 2편 제작비까지 회수하며 모험이 대박이 됐다. 3‧4편 제작 가능성까지 고조되는 분위기다. 업계 안팎에서는 어느 때보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덕분에 올해 국내 극장가는 충무로와 할리우드가 프랜차이즈로 맞대결하는 첫 해가 될 전망이다. 프랜차이즈의 대명사 마블 스튜디오는 상반기에만 국내서 3편의 영화를 내놓는다. ‘신과함께’ 2편이 나오기 전에는 ‘조선명탐정’ 세 번째 편이 베일을 벗는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신과함께-죄와벌’은 14일까지 누적 1284만429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매출액은 103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개봉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매출액 점유율이 2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3600회 안팎 상영 기회를 얻고 있는 터라 이번 주까지는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역대 한국영화 흥행 4~5위인 ‘괴물’(1301만)과 ‘도둑들’(1298만)을 모두 추월할 전망이다. 3위 ‘베테랑’(1341만)도 코앞이다.

대형 흥행이 미칠 파급효과는 널따랗다. 일단 올해 여름 성수기에 2편 격인 ‘신과함께-인과 연’이 개봉한다. 2편 역시 흥행대열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1200만 돌파를 기점으로 2편 제작비까지 회수한 터라 손익분기점(BEP) 부담도 적은 편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부가판권, 해외판매 수익 등을 고려하지 않은 숫자다. ‘신과함께’는 지난달 22일 대만에서 개봉 후 3주 연속 현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를 합산하면 실제 손익분기점은 훨씬 낮아진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눈길은 3편 제작 가능성으로 쏠린다.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와 연출자 김용화 덱스터 스튜디오 대표는 공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뉘앙스다. 현실화하면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프랜차이즈는 영화산업에서 효용성이 높은 도구다. 관객들이 스토리라인을 파악하고 있다 보니 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관람을 택한다.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좋다는 의미다.

덕분에 투자금을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복수의 한국영화를 제작한 바 있는 업계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는 제작 단계부터 성적이 예상 가능하다. 그간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데이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계에는 그게 없으니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고 당연히 리스크 가능성을 우려했다”면서 “투자를 모으는 데는 (프랜차이즈가)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프랜차이즈가 고정 장르처럼 자리를 구축했다. ‘미션임파서블’, ‘해리포터’, ‘어벤져스’, ‘007’, ‘스파이더맨’ 등이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는 IP(지적재산권) 효과까지 누릴 수도 있다.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익숙한 까닭에 이를 활용한 상품‧게임 등을 만들어내기 용이해서다. 만화와 영화, 피규어를 넘나드는 ‘스파이더맨’이 단적인 성공모델이다. ‘007’ 시리즈는 비디오게임으로 탈바꿈한 적도 있다. ‘셜록 홈즈’는 소설과 드라마, 영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신과함께’ 원작이 웹툰이라는 점은 프랜차이즈 가능성을 높이는 지렛대다.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작품도 만화나 소설 등이 원작인 경우가 많다.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은 만화에서 출발했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007’은 소설이 원작이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연구원은 “웹툰은 한 에피소드별로 기승전결이 있다. 인기를 얻으면 시즌제로 내러티브 구축도 가능한 형태로 연재된다”면서 “이를 반영한 영화 역시 그 세계관을 줄기 삼아 계속 확장해나가기에 용이하다. (따라서) ‘신과함께’도 원작 덕분에 시리즈 형태 영화로 출시되는 데 큰 이질성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마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를 표방하는 마블 스튜디오도 올해 프랜차이즈를 연이어 내놓는다. 국내서 1000만 관객을 모은 유일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어벤져스는 ‘인피니티 워’라는 명찰을 달고 4월 출격한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스파이더맨까지 마블의 프랜차이즈 히어로가 총출동한다. 6월에는 떠오르는 프랜차이즈 ‘앤트맨’ 두 번째 편이 스크린에 걸린다. 마블은 우선 다음달 새 히어로영화 ‘블랙팬서’를 출격시킨다. 프랜차이즈 영화의 대명사 격인 ‘미션임파서블’ 6번째 편도 올해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신과함께-인과연’이 개봉 전 이 공습에 맞서는 건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다. 2011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포문을 연 이 시리즈는 2015년 ‘사라진 놉의 딸’에 이어 이번에 3편으로 돌아왔다. 시기상 ‘흡혈괴마의 비밀’은 설 연휴에 ‘블랙팬서’와 전면전을 펼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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