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지진 공포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은 국내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 다세대, 다가구주택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건축물의 파괴는 지진이 야기하는 가장 큰 피해 중 하나로 꼽힌다.

필로티 구조의 역설

건축 전문가들은 지진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건축물 중 1층이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필로티’ 구조물이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002년 주거 시설의 주차 기준이 크게 강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필로티 구조물은 건물 1층을 주차 공간으로 개방해 내력벽과 기둥으로만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한 구조.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필로티 구조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많은 장점이 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지하 주차장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용적률 산정에서도 필로티 부분은 제외된다. 2014년 개정 건축법에서도 건물의 높이 산정 시 필로티는 제외하고 있는데, 이를 쉽게 정의하면 필로티는 건물을 더 넓고 높게 지을 수 있는 구조다.

 

건축물의 높이와 용적률은 건물의 임대 수익과 직결돼 필로티 구조가 사실상 장려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2009년 도입돼 전국적으로 그 수가 크게 증가한 도시형 생활주택(다가구, 다세대주택)은 대부분 필로티 구조라 강진이 발생했을 때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1월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국민의당 소속)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실태 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필로티 구조의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국적으로 1만2321개 동으로 전체(1만3933개 동)의 88.4%에 달했다.​

 

필로티 구조는 건물 전체를 지탱하고 있는 하부 층이 기둥으로만 구성돼 건물의 중량이 대부분 이곳에 집중된다. 6~8개의 기둥이 건물 전체 무게를 감당하는 것. 따라서 건물의 하중이 분산되지 못해 상하좌우 진동이 발생하는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진에 견디려면 1층부터 건물 꼭대기까지 기둥으로 연결돼야 하지만 대부분 1층에 기둥만 세우고 그 위에 벽을 쌓는 형태로 지어진다. 서울시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홈페이지를 통해 ‘1층에는 기둥이 있으나 상부층은 기둥 없이 벽체만 있는 건물(필로티 구조)은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도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금이 간 필로티 구조물의 피해 사례에 많은 사람이 경악했다.​

 

필로티 구조물 점검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필로티 구조물은 정작 전문가의 내진설계 확인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현행 건축법상 3층 이상 건물은 내진설계를 해야 하지만, 이 중 6층 이하 건물은 인허가 단계에서 내진설계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에게 내진설계 여부를 확인 받지 않고 건축사의 검사만 받아도 된다. 이에 사업자는 추가로 비용을 들여 건축구조 기술사의 승인을 받기보다 법망을 피해 건축사에게 맡기며 추가 비용을 절감하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사진=서울문화사 자료실

 

 

그렇다면 우리 집은? 

 

지금 거주하는 곳이 다가구, 다세대주택이면서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둥으로 지지된 건물이라면 필로티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필로티 구조가 아니더라도 과연 우리 집은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누구에게나 있을 터. 우리 집의 내진설계 유무를 알아보고 싶다면 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운영하고 있는 우리 집 내진설계 간편 조회 시범서비스(www.aurum.re.kr/KoreaEqk/SelfChkStart)를 이용하면 된다. 

 

전국 주거용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사이트(goodhousing.eseoul.go.kr/SeoulEqk/index.jsp)에서는 주소 검색만으로 간편하게 내진설계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진에 취약한 건물의 특징으로 필로티 구조 외에도 지진력 저항 시스템, 짧은 기둥, 비대칭 평면 등에 대한 정보를 함께 소개한다. 다만 내진설계 의무 적용 대상 여부는 건축물 내진 성능에 관한 참고 자료일 뿐 정확한 내진 성능을 알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구조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

 

건물이 1988년 이전에 설계되었거나, 현재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아닌 개인 소유의 건축물이라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진 보강 지원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경주 대지진 이후 정부에서 시행 중인 내진 보강 건축물 지원 제도로, 내진설계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민간 소유 건축물을 대상으로 내진 성능을 보강할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정책.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의 민간 소유 건축물이라면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2018년 12월 31일까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안전 점검·지진 대비 애플리케이션​

 

사진=리빙센스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진단​

 

내진 공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간단한 절차를 통해 건축물의 내진 성능을 자가 진단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건축물대장의 정보를 바탕으로 4가지 요소를 이용해 해당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지진알리미

우리나라 기상청 트위터에서 전달받은 자료를 분석, 푸시 알림으로 지진이 일어나면 즉각 알려준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부터 대피한 이후 할 일까지 나와 있다. 집, 직장, 학교 등 자주 가는 지역 정보를 추가하면 인근 대피소 정보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이 내진설계가 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집코치

내진설계 기준을 알아보는 ‘내진설계 자가점검결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거래가에 기반한 주거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구축한 데이터와 건축물대장을 통해 일일이 확인한 연면적, 관련 법규 등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대부분의 내진설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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