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李총리 1주일 간격 관람, 앞서 ‘택시운전사’도 마찬가지…흥행 반등에 효과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 관람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영화 ‘1987’은 누가 뭐래도 현재 충무로 최대 화제작 중 하나다. 영화‧연예 지면 뿐 아니라 정치‧사회 지면에도 ‘1987’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예측됐던 현상이기도 하다. 장편 상업영화로 1987년 민주화항쟁이 다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지난 4월 3일 크랭크인 소식을 알린 직후부터 영화계서는 흥행 가능성에 무게를 둬왔다.

정작 ‘1987’은 지난해 12월 27일 개봉 이후 11일 간 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단 한 차례도 차지하지 못했다. 1200만 관객을 모은 ‘신과함께’의 세가 워낙 뜨거웠기 때문이다. 그런 1987이 이달 8일 월요일에서야 처음으로 ‘신과함께’를 제쳤다. 평일 기준 관람객은 2주차보다 3주차에 더 늘었다. 주말 간 특별한 반등의 계기가 있었다는 뜻이다.

해답은 ‘대통령 효과’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7일 오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1987’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 옆에는 고 박종철 열사 형 박종부 씨, 김 여사 옆에는 배우 김윤석 씨가 앉았다. 문 대통령은 관람 직후 “제가 영화를 보면 1000만을 ‘넘기겠다, 아니겠다’를 알 수 있는데 이 영화는 1000만을 넘기겠다는 확실한 예감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영화계서는 그간 문 대통령의 ‘1987’ 관람 가능성을 높게 점쳤었다. 상징적 효과가 크리라는 해석 때문이다. 실제 매출에 끼친 효과도 컸다. 8일 박스오피스 결과를 보면 ‘1987’은 전국에서 17만9977명의 관객을 모아 17만4364명에 그친 ‘신과함께’를 추월했다. 전날에 비해 ‘1987’ 점유율이 5% 가까이 늘었고 ‘신과함께’ 점유율은 2.8% 줄었다. 9일에도 ‘1987’은 17만5799명을 동원해 15만6349명에 그친 ‘신과함께’와의 격차를 더 늘렸다.

‘1987’은 이 주 평일 간 일일평균 16만 안팎 관객을 모았는데, 이는 2주차 평균(1월 1일 제외)과 별 차이가 없는 수치다. 보통 상업영화들이 2주차에서 3주차에 일일 관객이 곤두박질치는 걸 고려하면 ‘대통령 관람효과’는 분명했다고 봐야 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같은 해 10월 여성 문제를 다룬 영화 ‘미씽’을 관람했었다.

관람의 정치학은 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영화 ‘1987’을 시민들과 공동관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총리 역시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택시운전사’를 관람했었다. 한 영화계 인사는 “대통령과 총리가 지난해 ‘택시운전사’를 봤을 때도 반등효과가 있었다. 이번에도 미디어 주목도를 크게 높이면서 분명한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대통령의 영화 선택은 그 자체로 정치적 메시지를 듬뿍 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8월 20일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공동관람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14년에는 ‘명량’과 ‘국제시장’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기도 했다. 세 영화 공히 ‘애국주의’ 성향이 짙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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