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시 전체 공기업에 부정적 영향…정부 직접 지원 가능성 여전”

지난달 29일 열린 2017년도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자본금을 늘리기 위한 관련 법안이 부결됐다. 그러나 채권 시장에서는 공사 디폴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광물자원공사의 자본잠식 상태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채권 만기가 다가오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 시장에서는 실제 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16년 결손금이 자본금을 넘어서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반기말 연결 기준으로 미처리결손금은 2조7887억원으로 납입자본금 1조9862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151억원 쌓여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광물자원공사의 재무상태는 사업으로 손실이 누적되면서 현재 보유 자산을 장부가로 모두 팔아도 빌려온 돈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광물자원공사의 부채는 5조7845억원에 달하는데 전체 자산은 4조8658억원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광물자원공사가 디폴트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광물자원공사는 오는 5월 2일에 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민간 기업이라면 이미 주가가 폭락하고 추가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주채권은행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인데 광물자원공사는 아직 그 정도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 공기업이라는 특수성 덕분이다. 

 

공기업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최대주주라는 점 때문에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반기말 공시 기준으로 광물자원공사의 최대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로 전체 지분의 99.86%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0.14%는 공기업인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전체 지분이 정부 소유다. 회사 경영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정부에서 차입금 상환을 보증할 것이라는 믿음 덕분에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고 있는 광물자원공사의 신용등급은 AAA등급이다. 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신용등급은 국제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 기준 각각 A+와 A1 등급이다. 비슷한 재무 상태의 민간 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만 해도 광물자원공사의 채권 상황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인 지원을 모두 끊고 파산까지 염두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에 변동이 없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심각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일부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끌어와 차입금을 갚을 수 있다.

 

이제욱 광물자원공사 자금팀장은 지난 8일 진행된 투자자설명회를 통해 “이번 사태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질 경우 자금조달 비용이 소폭 추가될 가능성은 있다”며 “최악의 경우에도 해외사업의 보유주식을 담보로 5000억원가량 자금을 빌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채권 시장에서도 광물자원공사의 자본금 한도와 디폴트는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의 디폴트 발생시 다른 공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연쇄적으로 하락할 수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전체 공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상승해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커진다. 공사의 방만경영이나 부실 투자에도 정부 입장에서는 차입금을 갚아주는 편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공기업들의 신용등급에서 정부 지원 가능성 요소가 제외될 경우 당장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재무상태가 악화된 다른 공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 부채비율이 500%가 넘는 석유공사의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Aa2 등급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제외한 자체 신용등급은 투자 부적격 등급인 b1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공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사실만으로 정부의 지원의지가 축소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광물자원공사의 유동성 위험이 디폴트로 이어질 경우 대한민국 공기업 전체 자금조달 상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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