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보여주기식 안 돼”…개방형 IMEI·유통망 확대 필요

사진=셔터스톡
삼성전자가 자급제 단말기 출시라는 총대를 메면서 향후 단말기 자급제 시장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진정한 자급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개방형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가 전제돼야 하고, 유통망 확충 등 일정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오는 3월 출시되는 갤럭시S9을 비슷한 가격의 자급제 단말기로도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급 단말기를 이동통신사에서 판매하는 단말기와 같은 시기에 비슷한 가격으로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규정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삼성전자가 프리미엄폰도 자급제 단말기로 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 나온 의견대로 가장 많은 단말기를 팔고 있는 제조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선제적인 노력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급제 단말기란 이동통신사에서 판매되는 것이 아닌 제조사에서 직접 판매하는 단말기를 말하는데, 그동안 같은 제품이더라도 이동통신 3사에서 판매하는 휴대전화의 출고가보다 가격이 10% 정도 비쌌다. 이런 이유로 국내 자급제 시장 규모는 전체의 7%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별 차이 없는 가격으로 자급제 단말기를 내놓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말기 자급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가격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이통 3사를 통해 휴대전화를 구입하지 않고 제조사에서 바로 공기계를 구입해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을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자급제를 꺼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통신사 이동도 한결 자유로워진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할 때 위약금 없이 언제든 통신사를 이동할 수 있다. 약정기간 등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소비자 선택권은 넓어지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이통사들은 요금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돼 가계통신비 인하가 현실화한다는 게  자급제 활성화를 주장하는 진영의 주장이다.

그동안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를 주장해온 통신비인하추진시민연대에서는 자급제 단말기로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광훈 통신비인하추진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폰을 자급제로 출시한다는 계획은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개방형 IMEI 형태가 돼야 실효성이 있고 현행과 도일한 방법이라면 허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MEI는 단말기마다 갖고 있는 15자리의 고유 식별번호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사에서는 휴대전화를 개통하기 위해 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인 유심(USIM)에 저장된 모바일 가입자 식별번호와 IMEI를 대조해 가입자를 식별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기존에 제조사에서 판매됐던 자급제 단말기도 반폐쇄형 IMEI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할 이통사에 맞게 단말기를 구입해야 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자급제 기기가 일반 유통·대리점에도 자유롭게 보급돼야 한다”며 “삼성프라자 등에서만 주로 판매가 이뤄진다면 보여주기식 자급제 단말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자급제에 참여했다 정도로만 끝나면 안되고 그동안 제조사와 이통사 간 이뤄진 암묵적 담합들이 깨져야 자급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신제품 출시나 브랜드 전략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아직 유통방식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자급제 단말기가 국내 시장에 끼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고 거기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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