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경영보다 재무구조 중심 ‘내실경영’에 방점…관심사도 유가·환율·국제정치·외교 등 전방위

건설사 CEO에 전면 배치된 '재무통'들은 관심사가 차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 사진= 각 건설사
건설사 CEO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재무통이 잇달아 전면에 배치되고 있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등이 재무통으로 불린다. 기존 CEO까지 범위를 넓히면 임병용 GS건설 사장, 송문선 대우건설 사장도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 CEO에 전면 배치된 ‘재무통’들은 전통적인 엔지니어링 출신들과는 관심사가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트 업황을 좌지우지하는 유가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환차손에 영향을 주는 환율, 수니파‧시아파 간 갈등으로 인한 중동 내 지역별 수주전략을 좌우하는 국제정세‧안보‧정치,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국내 정치상황에도 지대한 관심을 지녔다. 대형 건설사 엔지니어 출신 CEO가 해외 플랜트 업황에 중점을 뒀던 것과 대조된다. 아울러 확대경영으로 표방되는 ‘현장 확대’ 대신 숫자로 읽히는 재무구조 중심의 ‘내실경영’에 더 중점을 둔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CFO 출신은 경제 전반에 특히 중점을 둔다. 유가 뿐만 아니라 환율, 금리 등 각종 지표가 건설사 업황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이 아닌 재무지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방식도 재무통 출신 건설사 CEO의 특색이다. 이들은 단순 현장의 개수가 아닌 매출액, 영업이익 등 재무지표를 중심으로 한 경영전략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재무통이라 불리는 이들은 재무제표를 분석하며 경영전반을 들여다 본다. 이 과정에서 수치 안정화 차원에서 경영내실화에 더 방점을 두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건설사 CEO에 재무통이 선임되는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 입주물량 공급과잉 등으로 국내 주택시장 업황이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몸집 축소, 경영 내실화에 더 중점을 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가 CEO에 재무통을 선임하는 추세는 더 확산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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