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페이스북 결정으로 구글도 부담 가질 것”…글로벌-국내기업간 역차별 철폐 강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0일 경기도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한 케빈 마틴 페이스북 수석부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방송통신위원회
페이스북이 국내에 망 사용료 등 적정 세금을 내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페이스북의 태도 전향을 바람직하다고 보고, 구글 역시 입장을 바꿔 글로벌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케빈 마틴 페이스북 수석부사장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오는 2019년부터 페이스북 매출과 관련해 한국 규제기관의 방침에 따라 적정 세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의 본사 임원이 입국해 정부 고위관계자와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페이스북 측 태도나 의지가 강력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페이스북도 국내 인터넷기업과 마찬가지로 광고 매출에 대해 일정 부분 세금을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부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망 사용료를 두고 홍역을 치른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지불하고 있는 망 대가를 페이스북은 교묘히 피해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내 인터넷기업은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역차별을 지적하며 글로벌 기업이 정당한 세금을 낼 것을 주장해왔다. 한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기업은 역차별을 받아왔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었다”며 “페이스북의 이번 결정은 옳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 역시 “(페이스북의 결정이)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된 것은 아니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수석부사장이 와서 입장을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후속조치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은 최근 구글에 비해서 국가별 세금 문제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의 향후 태도에 대해서는 “구글이 경영 전략상 판단하겠지만 페이스북의 결정으로 약간의 부담을 가질 것”이라며 “유튜브가 전체 트래픽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한국은 구글에게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기업협회 측은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역차별 해소에 대해 계속 주장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한국은 구글에 영향력이 큰 시장이다. 앱 분석기업 앱애니에 따르면 2016년 한국 앱(애플리케이션) 마켓 규모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세계 3위다. 또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의 전분기 대비 소비자 지출 성장률 부문에서 한국은 1위를 차지했다. 절대 다운로드 성장률로 놓고 봐도 한국의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가장 높았다.

업계에서는 구글세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조세회피 논란을 겪고 있는 구글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이 망 사용료와 관련해 페이스북에는 큰 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구글에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통3사와 구글 간 얽힌 관계나 계약 조항 때문에 페이스북과 구글을 대하는 태도에 온도차가 있다는 것이다.

구글 관계자는 “페이스북 세금 납부와 관련해서 구글 입장변화나 공식 의견은 아직 없다”며 “구글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이 개발사 수, 매출액을 포함해 전 세계 상위 5개 국가 중 하나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정부는 페이스북의 변화를 계기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달 안으로 다국적 인터넷 사업자들도 참여하는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방통위 측에 따르면 아직 참여 확정 기업이나 기업 수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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