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우선순위 제공, 체험, AS 등 차별적 서비스 예상…리셀러샵·인근 휴대폰 매장들, 기존 고객 뺏길까 우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1호점 모습. /사진=한다원 인턴기자

애플스토어 1호점 국내 개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이폰 소비자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지만, 그동안 애플스토어를 대신해왔던 리셀러샵(애플의 제휴 매장으로 애플로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를 받아 판매하는 곳)이나 인근 휴대폰 매장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애플스토어가 문을 열 경우 기존 고객들이 대거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10일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건설 현장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당초 지난해 말 오픈 예정이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애플스토어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의 큰 규모의 통유리 건물로 지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찾은 애플스토어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애플 시그니처 ‘사과 로고’와 ‘반가워요’라는 글씨로 새 가림벽을 노출시키며 개장 임박을 암시했다. 건설 현장 관계자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2월 전까지는 무조건 오픈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애플코리아는 애플스토어 1호점이 문을 열면 국내 시장에서의 애플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 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됐던 구형 아이폰 배터리 성능저하 사건이나 신제품 출시 때마다 불거지는 한국 소비자 차별 문제 등으로 저하된 애플 이미지가 스토어 오픈을 통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항상 애플이 신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1차 출시국에서 제외돼왔다. 애플스토어가 문을 열면 애플 신제품 기기를 이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선보일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또 현재 국내 들어오지 않은 애플TV, 애플워치 일부 제품을 포함해 애플 케어 서비스도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국내 전파 허가 등의 절차에 따라 도입 시기 등은 변동될 수 있다.

 

소비자들도 국내 1호 애플스토어가 문을 연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년째 아이폰을 사용 중인 정아무개씨(22·여)는 “애플스토어가 오픈 되면 신제품을 기존보다 더 빠르게 만날 수 있어서 기대된다”면서 “그간 아이폰 신제품 구매를 위해 무리해서 해외 직구를 했는데 앞으로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좋다”고 전했다.


애플 제품 마니아 김아무개씨(32·남)는 “애플 제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일부 제품이 한국에 없어서 늘 궁금했다”면서 “애플스토어가 생기면 모든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만큼, 매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들과 달리 그동안 아이폰을 팔아온 다른 유통채널들은 애플스토어 상륙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애플스토어가 아이폰 판매는 물론 서비스 개통, 사후 서비스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만큼 고객 유출로 인해 아이폰 판매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로수길 인근 휴대폰 대리점 직원은 “애플이 앞으로 애플스토어에 제품 물량을 우선 순위로 제공할 것이고, 직접 기기도 체험해 볼 수 있는데 누가 대리점으로 오겠냐”고 푸념했다. 휴대폰 대리점에서는 아이폰을 진열대에 진열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애플스토어는 아이폰을 비롯한 모든 기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사실상 애플스토어와 비슷한 콘셉트로 사업을 영위해 온 리셀러샵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리셀러샵 프리스비 관계자는 “우리도 애플과 제휴된 매장이라 제품, 가격 모두 같은데 애플스토어가 AS나 교육 등 서비스도 제공하면 고객들이 모두 애플스토어로 가지 않겠느냐”며 “애플이 리셀러샵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따로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애플스토어는 단순히 기기를 판매하고 수리하는 장소라는 개념을 넘어, 각 지역에서 하나의 문화공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국내에도 문을 열게 되면 상당수 고객이 몰릴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는 신사동 부동산 시장에도 이미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로수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애플스토어 입점에 따른 영향을 묻는 건물주들의 전화 및 방문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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