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피해 확산은 1개뿐인 지역 무전기 채널 때문…국가직화 및 인력 증원 시급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 하소동에 위치한 스포츠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사망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지난해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2월에는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건물에 불이나 4명이 죽고 48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건물 3층 철거현장에서 산소절단 작업 중 튄 불씨가 가연성 물질에 옮겨붙어 화재가 시작했다

 

지난 20145월에는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나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지난 201011월 경북 포항시의 한 노인요양센터에서 화재로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했다.

 

대형 화재와 이에 따른 사망자 발생 등 국민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여럿 모이는 시설에서 불이 나면 그 피해는 더 컸다. 대형 화재의 원인은 대부분 인재였다. 화재를 막기 위한 준비와 화재 시 대책이 충분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전문가와 소방 관계자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는 정부의 소방 대책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소방관 증원, 체계적인 소방 장비 관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제천 소방인력 법정 기준에 47% 불과

 

지난해 12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최근 발생한 화재 사고 중 가장 큰 참사였다. 평일 대낮에 제천 도심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났는데도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참사는 부족한 소방인력, 장비 문제, 미흡한 소방 매뉴얼 등 총체적 부실을 민낯 그대로 보였다.

 

사고 당시 최초 출동 인력은 13명이었다. 이 중 실제로 불을 끌 수 있는 진압대원은 4명 뿐이었다. 최초 출동 인원 13명은 골든타임 안에 스포츠센터 바로 옆에 있던 LPG 가스통이 터지지 않게 막으면서 불법 주차된 차들을 치우고 여러 층에 분산된 인원을 구조해야 했다. 결국 부족한 인원으로 초동 대응이 늦었다.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도권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 40~50명이 출동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전국 소방공무원은 32000여명이다. 법정 기준 51714명보다 현장인력이 19254(37%) 부족하다.

 

현장인력의 지역별 편차도 크다. 지역 소방관은 지방직이기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소방공무원 부족률은 심각하다. 제천의 소방인력 충원률은 법정 기준의 47%에 불과하다. 충북 전체 충원률도 49%에 그친다. 반면 서울은 인력충원률이 94% 수준이다. 지방 소방관 부족으로 소방관 1인당 담당 면적은 서울이 0.1, 강원도는 6.168배 차이가 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소방 관계자는 지역 소방관은 정원에 많이 미치지 못한다. 인력 부족으로 인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 안에 서울처럼 대응하기 어렵다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소방 관련 전문가들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가 체계적으로 전국 소방 인력을 증원 및 관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사는 곳과 상관없이 평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 국가직 소방공무원은 583, 지방직은 43583명이었다.

 

지난 10월 정부는 소방 인력 확대를 위해 오는 20191월부터 지방직인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괄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또 정부는 2022년까지 매년 3000여명씩 총 18500명의 소방관을 충원할 방침이다.

 

/ 표=조현경 디자이너
그러나 소방인력을 당장 확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8년 예산안 통과 시 정부는 소방관, 119구조대 충원을 위한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퍼주기 예산이라며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결국 정부 원안에서 2746명이 줄었다.

 

정부의 소방관 국가직 일원화 작업도 왜곡됐다는 지적이다. 일부 시도지사의 반대와 행정안전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은 시도지사들은 지방직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그만큼 권한이 줄기 때문에 반대한다행정안전부도 4만여명의 지방직 소방공무원이 국가직화되면 부처의 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안전부는 현재 지자체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논의 중이다. 그런데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방관 임용, 인사, 예산편성권을 시도지사에게 그대로 둔다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임용과 인사, 예산편성권도 당연히 중앙 정부에서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지역마다 필요한 소방 인력과 장비를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다. 현재 소방청과 지자체장으로 이원화된 소방 지휘권을 정부로 일원화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해도 소방공무원의 인사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예산편성권도 원칙적으로는 지자체에서 하고 정부가 지자체에 어떤 방식으로 국비를 지원할 지 등 세부 방식을 지자체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도 소방관 국가직화를 위한 작업에 손 놓고 있다. 20167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2명 의원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골자로 한 소방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16개월이 지난 지금도 위원회에서 계류중이다. 이와 똑같은 법안이 지난 20134에도 발의됐으나 국회 계류 돼다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 사이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등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 장비 품질·관리도 지역 차 커

 

소방 장비 품질과 관리도 지역별 차이가 크다. 소방 장비의 품질과 관리는 인명 구조와 직결된다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충북소방본부 119상황실에는 수십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2층 여자사우나에 갇힌 사람들을 빨리 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19상황실 접수요원은 이 같은 긴급 내용을 무전으로 현장에 전달하지 못했다. 무전 교란 때문에 현장과 교신하는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구조대원들은 사람이 없었던 지하실을 수색했고 그 사이 2층에서 20명이 사망했다.

 

실제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이 입수한 제천 화재 소방 무전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21일 오후 353분부터 구조작업 종료까지 9시간 2층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지역 소방 무전 시스템은 상황실과 현장 대원들이 하나의 채널(UHF·극초단파)을 함께 사용한다. 이 경우 현장 대원들끼리 무전을 사용하면 상황실은 무전을 이용할 수 없다. 서울과 경기도는 UHFTRS(주파수공용통신) 두 개 채널을 사용한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제천 화재 당시 2층 여자사우나 구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무전기로 현장에 보냈으나 응답이 없었다핸드폰으로 현장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의 한 소방 관계자는 지역은 소방 무전 채널이 한개 뿐이라 현장에서 무전을 많이 사용하면 상황실에서 무전을 보내도 교란될 가능성이 있다서울과 경기처럼 무전기 채널을 두 개로 늘리면 이러한 무전 교란 가능성이 해결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무전기 채널을 하나 더 추가 하려면 그에 따른 기지국과 중계국도 설치해야 한다지자체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지자체도 비용에 부담을 느꼈고 채널 추가를 승인하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TRS 채널은 광역시까지만 사용하고 지역 시군구로는 내려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119 신고 내용과 화재 건물 도면 정보 등을 현장과 공유하는 소방정보 태블릿PC’도 수도권 일부에만 있다. 지역에도 일부 있긴 하지만 충분하게 보급되지 않았다.

 

현재 전국 소방장비를 관리하는 소방청 소방장비항공과의 소방장비 담당 인력은 4명뿐이다

 

전문가들은 소방장비의 품질을 높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소방장비국 신설을 주장했다. 소방청도 정부에 소방장비국 신설을 건의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창영 이사장은 “소방장비국 신설 권한은 행정안전부에 있다. 그러나 행안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5월 28일 장성 삼계면 효사랑요양병원 병동 사고현장이 불에 탄채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나 입원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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